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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왜 가족인가’…20년 써온 ‘아버지의 일기장’ 을 보니

  • 기사입력 2013-05-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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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랑과 신뢰로 서로를 이해하고, 온전히 상대방을 지지하며, 세파로부터 울타리가 돼주는 ‘가족’의 의미가 많이 퇴색한 듯 보이는 요즘이지만, 가족이 주는 행복과 기쁨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적지 않다. 유별난 가족이 아니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병들고 아프고 가난하고 좋은 일자리가 아니어도 그 안에서 감사와 행복을 쌓아가는 가족 얘기는 ‘왜 가족인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1971년 4월 5일 맑음

식목일을 맞아 비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해도 마음속에나마 나무를 심듯 삶의 기록을 심을까 한다. 13년간의 투병 속에 또는 생활의 궁핍 속에 그날그날의 생활을 잊으려고 애를 썼다. 때문에 기록을 남긴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

# 1971년 4월 6일 맑음

큰아들 재동이가 진해군항제 미술 실기대회에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다. 몹시 고단한 모양. 제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가 여러 번 났다. 떠날 때 여비가 흡족하지 못해 좀 시무룩하게 보여 돌아올 때까지 마음이 불안했다. (…)

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아버지 박일호 씨의 일기다. 1971년 4월 5일부터 시작된 일기는 매일 20년간 이어진다. 박 화백의 아버지, 박일호 씨는 해방 직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6ㆍ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군대에 갔다 왔는데 서류가 분실돼 재징집돼 군 복무를 두 번이나 했다. 제대 후엔 교사로 복직했으나 폐결핵에 걸려 교단을 떠나게 됐고, 막막한 생활을 헤쳐보려 부산으로 생활터전을 옮긴다. 아이스케키, 풀빵장사, 팥빙수장사 등을 전전하다가 집주인이 하던 만화방을 인수한 뒤 1980년까지 병든 몸으로 만화방을 운영했다. 거기서 박재동은 실컷 만화를 보고 자랐다. 박 화백이 다시 만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분이 남긴 수십권의 일기장을 읽고 난 뒤다. 40대 중반부터 지금 자신의 나이와 엇비슷한 60대까지 아버지가 살았던 세월을 하루하루 되짚어보며 자신이 알았던 아버지와 조금 다른 아버지를 만난다.

박 화백은 아버지의 일기 틈틈이 자신의 메모와 그림을 덧붙이고, 어머니의 회상의 기록을 더해 ‘아버지의 일기장’(돌베개)을 펴냈다. 아이들에게 부부가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주라는 남편의 당부에 82세 노모는 남편이 세상을 뜬 2년 후인 1991년부터 약 5년간 기억을 더듬어 대학노트에 빼곡하게 지난날을 기록했다. ‘아버지의 일기장’이 한 가족사가 된 것이다.

 
-아버지의 일기장/박일호 지음, 박재동 엮음/돌베개
-엄마가 있어줄게/세인트 존 그린 지음, 이은선 옮김/문학동네

아버지의 일기에는 생활고나 병마, 어떤 억울함 때문에 세상 탓을 한다거나 누굴 비난하는 등의 불평하는 얘기는 없다. 하루하루 번 돈을 아들의 머리맡에서 부부가 정성스레 세며, 세상의 부정부패에 안타까워하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가난에 헉헉대면서 허황된 것을 바라보지 않고 정직하게 하루하루 세파를 넘어온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0~40년 전 기록인데도 당시 교육이나 선거, 불황과 신종 업종과의 경쟁, 결혼비용, 아이들의 돈 씀씀이 등의 이야기는 요즘 현실과 다르지 않아 놀랍고 흥미롭다.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영국의 젊은 부부 세인트 존 그린과 케이트는 서로를 사랑하며 인생을 즐기는 행복한 부부이자, 두 아이의 부모였다.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인생에 감사할 줄 아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시련이 닥친다. 아내 케이트가 암에 걸린 것이다. 첫째 아이 리프가 희귀 암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돼 찾아온 불행에 케이트는 당당하게 병마와 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인트는 케이트가 떠나면 홀로 된다는 사실에 막막해진다. 그때부터 케이트는 ‘엄마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내가 떠난 뒤에’로 시작하는 77가지 리스트는 아이들에게 2배로 뽀뽀해주기, 내가 좋아한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산책하기, 생일 축하는 요란하게, ‘무진장 무진장’이란 말 쓰기, 아이들을 키울 때 여자를 존중하고 양다리를 걸치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기 등 시시껄렁해 보이지만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증표였다.

한 공간 시간 속에서 가족구성원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는 잊힌 가족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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