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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가에 확산되는 사설 지문인식기…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유출 우려
[헤럴드경제=서상범ㆍ이슬기 기자]대학생 김모(21)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주점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가게 점원이 다짜고짜 ‘지문인식’ 을 요구한 것. 지문을 함부로 노출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김 씨는 강하게 항의했으나, 점원으로부터 “지문을 찍지 않으면 가게에 들어올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민간 음식점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고 느낀 김 씨는 결국 이 업소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미성년자를 가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술집 등 유흥업소에 사설 지문인식기(신분증 감별기) 설치가 확산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위조신분증 감별기는 5~6 종류로 주민등록증 양면을 스캔한 뒤, 소지자의 엄지 지문을 입력해 대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말기 제조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민등록증 얼굴사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지문정보등의 검사기록이 컴퓨터에 저장된다. 이는 경찰에서 단속이 나왔을 때 신분증 검사를 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가게를 다시 찾는 손님들의 신분을 보다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해당 주점의 지문인식 단말기는 손님들의 주민등록 및 지문정보 등 검사기록을 한 달간 무단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22조와 23조에 따르면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미성년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업주가 신분증의 위조사실을 확인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면서도 “지문 인식은 과잉행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님들에게 고지 및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신분증 확인기계가 보안이 취약한 환경에 설치되는 것 역시 문제다. 이 단말기들은 각 가게 카운터 컴퓨터에 USB로 연결돼 작동한다. 데이터화 된 검사기록들이 사실상 정보 보호수단이 전무한 개인 컴퓨터에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악성코드가 가장 많이 유포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 비춰 볼 때, 심각한 개인정보유출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들도 이런 문제를 약 6개월 전부터 인식하고 관계 기관에 ‘문제 진단서’를 작성해 보내는 등 고심하고 있다” 며 “이런 관행이 더 널리 퍼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지문인식기 제조 판매업체에 대한 행정당국의 사전점검과 관련 법에 대한 세부 준수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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