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대선을 전후로 정치적 소재나 사회비판적 주제의 대중영화가 대거 쏟아져 나와 관객을 만났지만, 올해에도 한국 사회 논쟁적 이슈를 스크린의 중심으로 끌어낸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누가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나, 이 끔찍한 파괴의 시간을”이라는 SNS의 평은 지율 스님이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댐과 보 축조로 파괴된 낙동강 지류 내성천에 카메라를 들이대 4대강 사업이 파괴한 생태계와 그것의 복원에 대한 염원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비극사에 대해 날선 문제제기를 했던 정지영 감독은 다시 한번 객석으로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천안함프로젝트’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논쟁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오는 25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정재은 감독도 전주에서 신작을 내놓는다. 다큐 ‘말하는 건축, 씨티: 홀’이다. 서울 시청 신청사를 짓는 복잡한 과정을 역추적하며 우리 시대 건축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을 수행하는 작품.
자살한 여배우를 둘러싼 성상납 의혹의 진실을 추적하는 극영화 ‘노리개’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공장 직원의 유가족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가족’도 극영화로 제작됐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실화나 사회적 이슈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완결된 사건’을 다룬다. 한국영화가 이들과 다른 점은 대부분 ‘미결의 역사’와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기득권층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커넥션 속에서 공권력은 진실을 왜곡하고, 미디어는 진상을 감추어온 것이 아니냐는 게 이들 영화에 깔려있는 반성과 비판이다. 과연 이들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