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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5회]'열정과 인성'이 우선이다


신학기가 시작됐다.
2학기보다 1학기가 조금 더 기대되는 이유는 신입생들과 처음으로 수업 시간에 만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빛을 마주하자면 마치 대학에 진학해서 처음 미팅에 나갔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애써 아닌 척하고는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설레임 그리고 기대감으로 내 심박수가 파도를 탄다.
마치 나에게 사탕을 달라고 착 달라붙는 딸아이처럼 그들의 눈빛은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냉큼 받아먹을 기세로 나에게로 향한다. 그들이 왜 그런 눈빛을 뿜어내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순간이 행복하고 유쾌하다.

신입생들에게 첫 수업에서 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게임 개발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게임 업계의 가능성과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아니면 게임 개발자의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파릇파릇한 녀석들의 뇌리에 각인이 돼 학교 다니는 내내 족쇄처럼 옭아맬 수 있을지를 찾는다.
해답은 언제나 같다.

오로지 게임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열정과 인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우수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첫 번째 소양은 열정과 인성이며, 두 번째 소양도 열정과 인성이다. 세 번째 소양? 그것도 열정과 인성이다. 'C언어는 기본으로 마스터하고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신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게임 분석은 어떻게 하며 기획서를 쓸 때는 이렇게….'와 같은 말들을 기대했던 신입생들은 살짝 눈빛이 흔들리며 기대감에서 의아함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야단치고 격려하면서 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들을 나는 지켜봤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우수한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답을 얻고자 몇 년을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열정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똑똑히 경험했다.
열정은 에너지다. 무한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비의 명약이다. 열정으로 가득한 4년은 누군가의 평생과도 맞먹는 만큼의 변화를 이끈다. 눈에 띄지 않던 평범한 신입생을 4년 뒤 누구나 탐낼만한 개발자로 탈바꿈시켜주는 최고의 트레이너다.

인성? 말하지 않아도 이미 갖추고 있어야 할 필수 항목이다. '싸가지'없는 녀석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게임 업계서 발붙이고 살 수 없다고 말하면, 학생들은 그 말의 깊이를 실감하기보다는 어감 때문에 깔깔거리고 웃는다. 공학과 예술의 사이에서, 숫자와 그림의 사이에서, 고집과 개성의 사이에서 무엇이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까?
게임 개발은 기본적으로 공동 작업이며 팀원의 소통이 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1인 개발자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소통하는 법, 경청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게 가능할까? 단연코 말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고합니다. 열정이 없는 자! 인성을 갖추지 못한 자!그 꿈은 포기하시길…!

글|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경향게임스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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