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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공교육 새로운 실험 꽃피운…김승유의‘아름다운 승부수’
하나高 첫 졸업생 배출
사교육없이 대부분 명문대 진학
體德智 · 1인2기 등 교육철학 실현
백년지대계 교육 욕심 끝이없어



“대학입학 성과만 부각돼서 좀 서운합니다.”

섭섭하다고는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승유(70)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목소리는 밝았다. 한국 금융선진화에 앞장서왔던 1세대 금융인의 짐을 내려놓고 하나고에 정성을 쏟아부었던 김 이사장이다. 그 하나고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 데에 대한 뿌듯함이 묻어 있었다.

15일 개교 후 첫 졸업식을 한 하나고는 고 3 졸업생 200명 중 46명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대다수의 학생을 소위 명문대에 진학시키며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입시교육에만 매몰되지 않고도 진학 성적과 전인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 이사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처음 하나고를 설립할 때부터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며 “지식을 외우는 데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고 협동심과 배려심이 깊은 학생으로 키우려고 한 것이지, 대학 잘 보내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고의 커리큘럼은 국내 여느 학교와는 매우 다르다. 하나고는 김 이사장의 ‘체덕지(體德智)’ ‘1인2기’ 등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교육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교육을 받지 않도록 했다.


문ㆍ이과 계열 구분이 없고, 학년이 아닌 실력에 따라 구성된 학생별 시간표로 수업을 듣는다. 수학, 경제학 일부 과목의 경우 대학 수준의 심화 과정 수업도 개설돼 있다. 학기별로 배분된 과목을 배우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하나고에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도록 특정 학기에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했다. 또 담임교사 1인이 약 13명의 학생을 지도하도록 해 교사가 학생을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김 이사장과 김진성 하나고등학교장도 600명에 달하는 전교생의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누가 뭐라고 해도 예체능 교육을 계속해서 시키고, 특강 등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그마한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한 하나금융그룹을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로 키워낸 그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승부사’로 통했다. 인생 2모작으로 선택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에 대한 욕심도 끝이 없었다. 승부사다웠다.

“전인교육을 하기에 3년은 너무 짧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튼칼리지처럼 5년 정도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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