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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용 디자인진흥원장 “朴 당선인의 창조경제 핵심은 디자인”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지금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작게는 한국 디자인 산업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는 기회이고, 크게는 대한민국의 수출 먹거리를 두세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겁니다.”

이태용 디자인진흥원장 얘기다. 이 원장은 “유럽과 일본, 미국이 모두 휘청거리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세계 주요국을 앞질러 디자인 강국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박근혜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 바로 디자인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는 신년기획 ‘디자인코리아-영국에서 길을 찾다’의 시리즈로 세계의 디자인 수도 영국 런던에서 센트럴세인트마틴(CSMㆍCentral Saint Martins), RCA(Royal College of Art), 골드스미스(Goldsmiths), 킹스턴(Kingston), 브루넬(Brunel) 대학교의 총장 및 디자인학장들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디자인 산업 미래를 밝힐 해답을 찾고자 이태용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주력산업국장을 거쳐 특허청 차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지난해 3월부터 디자인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이 원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디자인 저력을 제대로 모르는 유일한 국민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5300만자가 판각으로 들어있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오탈자 없이 같은 폰트로 10년 넘게 만들어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전 세계 어디서도 할 수 없었던 디자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원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디자인 중흥기 만들기론(論)을 들어보자.



-한국 정부의 디자인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할일이 정말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 진흥의 첨병으로 1970년에 이낙선 상공부장관에게 디자인포장센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이 산하기관인 디자인포장센터 이사장을 겸직했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중요성을 부여했다. 지금보다 40년도 더 전에 수출을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건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하지만 이후 정권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했다. 이제 ‘융합’을 핵심 가치로 삼고 정부 디자인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이 잘 해온 것 아닌가?

“그게 문제다. 대기업들이 잘 하고 있는데 디자인같은 건 민간에 맡기면 되지 그걸 왜 디자인진흥원같은 정부기관이 나서야 하느냐고 묻는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공공디자인이 주목받는 시대다. 진흥원도 이번에 직제 개편을 통해 공공디자인팀을 신설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디자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도시디자인팀이 있는데 그냥 토건만 하더라. 이런 상황이라면 지방에는 디자인적 도시 감성이 살아날 수가 없다. 이런걸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인진흥원장으로서 차기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클텐데.

“창조경제가 새 정부의 핵심가치 아닌가? 외국 어디를 가도 창조경제의 핵심은 디자인 산업이라고 해석한다. 기술이라는게 디자인과 융합하지 않으면 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고 시장 수용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단은 국가디자인위원회가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창조경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 같은 디자인 강국과의 격차는 어떠한가?

“사실 지금은 영국,일본의 디자인진흥원 격인 기관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영국은 재정문제 때문에 정부조직에서 분리를 했고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이었던 일본이 최근 산업 전체의 침체기를 맞으면서 방향성을 잃은 상황이다. 한국만 유일하게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디자인 산업이 가장 무섭게 성장해갈 것으로 관측하는 근거다. 복병은 따로 있다. 중국이 엄청 빠르게 따라온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취임하자마자 쑨더지구에서 그들 말로 창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자인 전문 업체들도 연달아 방문했다. 당연히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들을 넘어서기 위해 가장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디자인을 중국어로 바꾸면 ‘설계’다. 뭔가를 그리는 개념이 아니라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스포츠 가운데 야구나 골프 축구 같은 운동들을 모두 영국이 만들어내지 않았나? 게다가 산업혁명으로 제조업도 설계해냈다. 이게 다 디자인이다. 중국과 우리는 디자인을 접근하는 방식부터가 다르다. 패션디자인만 디자인이 아니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이제 디자인은 인문학적 백그라운드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도 연구ㆍ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디자인보다는 선행돼야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연구ㆍ개발로 성장을 해왔고 한계점에 다달았다. 한계점이란건 기술의 끝에 도달했다는게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률에서 이제 디자인이 더 높다는 것을 말한다. 연구ㆍ개발에 쏟아붓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투자비로도 디자인에서는 훨씬 빨리 괄목할만한 결과가 나온다. 게다가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어서 고용 창출에도 최고다.”

-당장 어디부터가 변해야 디자인 코리아가 실현될까?

“일단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영국같이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융합형 디자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우리도 교육부와 디자인 과목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결국에는 미술 선생님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불발됐다. 세계적인 스타디자이너 한명만 나와주면 박찬호, 김연아, 박세리가 해당 스포츠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관심도 절실하다.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중견에서 또 대기업으로 가려면 기술혁신만으로는 안된다. 애플을 봐라. 앞으로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핵심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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