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연수원-경기大 보고서
인지면담기법 가능 고작 20%
피조사자 ‘권리고지’ 8% 불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적격 검사를 조기 퇴출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현재 일선에서 수사 중인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의 진술조사 능력이 ‘낙제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 및 참고인의 정확한 진술을 얻어내는 진술조사 기법은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법이다.

전우병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법무연수원 용역에 따라 작성한 ‘조사역량의 객관적 평가를 위한 기술 및 태도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이 진술조사를 위한 기법의 중요성은 실감하고 있지만, 정작 진술조사 기법을 활용할 만큼 잘 알고 있는 검찰 수사인력이 드물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검사 및 검찰 수사관 2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피조사자와 라포(마음의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진술조사 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답하는 등 진술조사 기법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진술조사 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인지면담 기법을 실제 수사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사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명(20.24%)에 불과했으며,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사람은 4명(1.6%)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5명 중 4명이 수사에 활용할 정도로 인지면담 기법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진술조사 기법인 PEACE 기법의 경우 더욱 심각해 수사에 어느 정도라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14명(5.66%), 능숙하게 쓸 수 있다는 사람은 2명(0.8%) 뿐이었다. 10명 중 9명은 이 기법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

SCAN 기법 역시 어느 정도라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16명(6.48%), 능숙자는 2명(0.8%)에 불과했으며 REID 기법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도 능숙자 포함 32명(12.96%)에 지나지 않았다. 첨단 진술조사 기법을 활용할 줄 아는 검찰 인력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들에게 실제 방화사건 수사 상황을 제시하고 조사한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응답한 116명 중 98명(84.48%)은 진술조사 시 자기소개 없이 조사를 시작했으며, 90명(77.59%)은 가상의 상대방에게 조사목적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피조사자와 날씨, 취미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라포를 형성한 사람도 절반이 간신히 넘는 66명(56.9%)에 불과했다.

실제 수사능력도 떨어졌다. 범행시간, 불을 붙이기 전 다툼의 상황 등 쟁점과 관련된 개방형 질문을 한 사람은 20명(17.2%)에 불과했으며, 쟁점과 관련돼 구체적인 질문을 제대로 한 사람은 고작 20.7%에 불과했다. 5명중 4명이 핵심쟁점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권의 수호자’라 자처하던 모습도 조사과정에서 찾기 어려웠다. ‘피조사자 권리 고지’를 한 사람은 10명(8.62%)에 불과했으며, 108명(93.1%)은 피조사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질문조차 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문제를 보였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