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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늘구멍 취업문 ‘빽’은 여전히 통한다
‘빽있는 직원 본적있다’ 56%
계열사 임직원 자녀가 최다


서울 소재 모 대기업 인사팀 사원인 김재훈(가명ㆍ32) 씨는 올해 공개채용 결과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도 이른바 ‘빽(든든한 배경ㆍback)’으로 입사한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올해는 빽 입사자가 지난해보다 몇 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적성 시험 점수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최종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구직자가 떨어지고, 빽이 있는 사람이 쉽게 입사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력보다는 ‘빽’으로 입사시험을 통과하는 경우가 아직 빈번해 구직자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5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5.9%는 ‘빽 있는 직원’과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함께 근무한 빽 있는 직원의 유형은 계열사 사장 및 임원 자녀가 34.6%로 가장 많았다.

회사원 박재수(가명ㆍ33) 씨는 “첫 직장(대기업)의 입사동기 30명 중 7명이 빽 입사였다. 물론 확인된 게 7명이었고 더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 “전 사장 아들, 임원 아들 심지어 장관급 인사의 조카도 있었다”고 밝혔다.

‘빽’ 입사 방법은 다양하다. 서류전형이나 인적성 검사, 면접에서 혜택을 받아 대기업 등에 입사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구직자들에 따르면 스펙이 전무한 A 씨가 부친이 교직원으로 있는 서울 모 대학교 교직원으로 입사한 경우, B 씨가 시험 없이 빽으로 공무원 7급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 빽으로 계약직에 채용된 뒤 1~2년 뒤 자연스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빽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공고를 낸 뒤 다른 구직자를 골탕 먹이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최지원(가명ㆍ31) 씨는 “예전에 다니던 모 협회에서 빽 1명 채용하기 위해 채용공고까지 냈다”면서 “다른 지원자들은 내정자가 이미 있는 줄 모르고 포트폴리오 등을 제출하고 면접까지 봤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 사이에는 공기업에도 빽 티오(TOㆍ정원)가 따로 정해져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빽 입사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그 중 사내 왕따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이재필(가명ㆍ29) 씨는 “동기 중 한 명이 학점과 토익 점수가 낮고, 자격증도 하나 없는 데다 이름도 못 들어본 지방 사립대 출신”이라며 “다들 공개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아마 빽으로 들어온 게 아닐까’라고 수군거리며 그 친구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빽으로 입사자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추천인이 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이 씨는 “빽 입사자가 무난히 일을 잘하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회사에서 골칫덩어리로 취급받는다”고 설명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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