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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35년 세탁기 한우물…조성진 사장 ‘고졸신화’ 는 계속된다
LG전자 첫 고졸출신 사장에…
DD시스템 개발·드럼세탁기 트롬 북미시장 석권 등
LG세탁기 세계 1위 주역



공고 출신이다. 졸업 후 모두가 기피하던 세탁기 설계자를 자원했다. 국내 세탁기 보급률이 1%를 밑돌던 때. 처음엔 일본 기술 베끼기에 바빴다. 세탁기연구실장으로 일하며 ‘탈(脫)일본’에 성공했다. 그렇게 35년간 세탁기에 미쳐 살았고 새로운 고졸 신화를 썼다.

지난 28일 LG전자 임원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HA(Home Appliance) 사업본부장이었다.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조 사장은 LG전자 역사상 첫 고졸 출신 사장이 됐다. 모두가 놀랐지만 세탁기 장인의 성공 스토리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까까머리 공고생은 산학우수 장학생으로 금성사(LG전자 전신)에 입사했다. 대기업 말단직원이 된 조 사장은 처음 1년간 하루 18시간씩 집중적인 설계 훈련을 받았고 세탁기 설계를 자원했다. 세탁기는 당시 국내 기술이 전혀 없는 비인기 분야였다. 조 사장은 “처음 10여년간은 일본 기술을 흉내내 제품을 출시했다”며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며 일본인에게 접대하고 생산라인을 구경하기 바빴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단 한 차례 외도도 없이 세탁기에 빠져 살았다. 입사 20년차가 된 1995년 세탁기설계실장에 오른 조 사장은 ‘기술 독립’을 결심했다. 개발팀이 공장에서 살다시피 연구에 매달려 드디어 1998년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드라이브(DD)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01년 LG전자 최초의 고졸 상무로 승진했을 당시, 조 사장은 “‘이 직책이 회사가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 세탁기 시장 1위 달성에 큰 책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사장의 예상은 빗나갔고 그는 2005년 세계 최초의 듀얼분사 스팀 드럼 세탁기 개발을 비롯해 트롬 드럼세탁기의 북미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히트 등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07년에는 세탁기사업부장인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한민국 10대 기술상과 동탑산업훈장을 잇달아 수상했다.

조 사장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세계 최대 용량 LG 드럼세탁기(모델명 WM8000)는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5년 연속 드럼세탁기 시장 1위를 지켜내고 있다.

HA사업본부는 LG전자의 전통 ‘캐시카우’다. 특유의 실행력과 뚝심으로 똘똘 뭉친 조 사장. 그가 써 나갈 신화의 한계는 과연 어딜까.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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