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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영 “ 젊은 후배들 모든 게 완벽..위기의식 느낀다” (인터뷰)
배우 정재영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를 통해 형사 최형구로 돌아왔다. 워낙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기에 형사 캐릭터도 여러 번 했을 법 했지만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기존의 형사 캐릭터와 정재영이 분한 캐릭터는 방향을 달리 한다. 정재영이 연기한 최형구는 범인에 대한 복수심과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캐릭터기 때문이다.

정재영과 박시후의 변신이 돋보이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주춤했던 국내 스릴러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최근 마주한 정재영에게 작품의 만족도에 대해 물으니 “완벽히 만족하진 못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영화를 직접 봤을 때는 촬영 당시보다 좀 과장된 느낌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특히 드라마적인 부분에서는 안심했죠. 액션신이 세긴 세도, 심하지는 않은 것 같고요. 저는 일단 관객의 판단에 맡기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당초부터 ‘살인의 추억’ 속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난 지금 세상에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내가 살인범이다‘는 ’살인의 추억‘과는 많이 다르다. 좀 더 드라마틱한 면을 부각했으며, 더 센 반전이 있다.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실망을 하실 것 같아요. 그 작품보다는 약간 가볍기도 하고요. 오마주는 ‘살인의 추억’이지만 스릴러적인 반전이 섞여있는 작품이죠. 조금 더 상업적이기도 한 것 같고요.(웃음)”

극중 최형구는 다혈질에다가 욕이 입에 밴 인물이다.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의 걸죽한 입담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 새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형구의 상황이 절대 웃음이 나오지는 않죠. 형구는 범인을 잡기 위해 짜증이 잔뜩 나 있는 거예요. 코미디가 아닌 자연스러운 시나리오였고요. 촬영을 하면서 웃음이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관객분들은 많이 웃으셨지만, 저는 매우 진지했습니다.”

영화에는 연쇄살인마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이는 곧 현재 사회에 빈번한 흉흉한 사건사고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재영은 “연기를 하면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나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죠. 하지만, 제가 그런 경우를 당한 게 아닌 만큼 함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죠.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냥 저는 영화에서나마 많은 관객 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정재영의 인생에서 복수심을 자극할 정도로 ‘최악’의 사람이 있었을까.

“제 주변에 그런 인물은 없습니다.(웃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아예 안 보고 살겠죠. 오히려 그런 사람과 얼굴을 맞대는 게 더 무서운 일 아니겠어요? 물론 아직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모두의 적인 살인마들이나 나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잡혔으면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신은 최형구와 이두석의 날이 선 대립이다. 정재영과 박시후의 투샷은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한다. 앞서 박시후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정재영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이에 정재영 역시 “호흡은 참 좋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서로 기대야 했죠. 이번 영화는 특히나 힘들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힘들다’고 상대배우에게 말을 내뱉으면 안돼요. 그럼 바로 전염이 되거든요. 특히 선배일수록 퍼져 버리면 안 되죠. 영화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피곤해하고, 정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굉장히 인간적으로 행동해야 버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이잖아요. 동료로서 서로에게 힘이 되줘야죠.”

요즘은 그야말로 중년배우 전성시대다. 특히나 올해는 최민식, 송강호, 김윤석, 류승룡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저 말고는 다들 빨리 은퇴했으면 좋겠어요.(웃음) 농담이고, 요즘 너무 다들 잘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죠. 또 후배들의 활약 역시 큰 것 같습니다. 우리 때는 잘생기면 연기를 못했는데, 요즘 애들은 다 너무 잘생기고, 생각도 깊어요. 그래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랑 작업하고 싶냐고요? 전 그런 것 없이 다 환영이에요. 사람에게 절대로 선입견이나 기대감을 품지 않는 편이거든요.”

정재영은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수십 년 연기 인생 동안 ‘가식’이라는 가면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듯 했다. 조만간 그는 또 영화 ‘AM 11:00’과 ‘방황하는 칼날’로 관객들 앞에 나설 전망이다. 어떤 작품이든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그의 향후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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