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명품 패션 브랜드, 모델 선정의 비밀은…
유럽 명품 브랜드, 신인 상관없이 컬렉션에 맞는 모델 선택…브랜드의 이미지·정체성 차별화…이벤트성 모델에 치우치는 국내 브랜드와 대조
최근 개그콘서트의 개 인형 ‘브라우니’가 패션모델이 돼 화제다. 그것도 국내 대표적인 트레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인 제일모직의 빈폴이다. 인터넷에선 패딩 재킷을 물고 있는 브라우니의 사진이 인기다. 패션 브랜드의 모델은 종종 이슈가 된다. 날렵한 디자인의 남성복 질스튜어트뉴욕에선 최근 ‘날렵하지 못한’ 싸이를 모델로 기용했다. 개(인형이지만)가 사람 입는 옷을 광고하는 것만큼 파격적이다. 해외 브랜드에서도 파격은 있다. 하지만 그 ‘격’이 다르다. 샤넬 향수가 여자 모델만 쓰다가 어느 날 남자를 쓰고, 중후한 모델만 쓰던 버버리가 젊은 케이트 모스와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를 모델로 썼다. 파격은 주되, 고유 이미지와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다. 물론 디자이너가 주축이 되는 구조,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명품 브랜드의 광고 전략과 모델=국내 소비자들에게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유럽 브랜드들의 모델 선정과 광고 전략은 서구 패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발달했다. 런웨이 무대에 서는 전문 패션모델들이 대부분 화보와 동영상 광고에도 출연한다.

혜박, 장윤주 등 국내 톱모델들이 소속돼 있는 에스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신인이든, 아니든 브랜드 이미지와 그 시즌 컬렉션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지면 과감하게 기용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디자이너들은 쇼 기간에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 런웨이를 꼼꼼하게 관찰한다”고 전했다. 이때 모델은 단순히 ‘광고 수단’이 아니라 ‘뮤즈(디자이너 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인 셈.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패션 광고는 ‘예술’에 가깝다. 


뉴욕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알렉산더왕은 최근 브랜드의 성격을 잘 살려 신예 카티 네슈어를 모델로 선정했다. 영국 브랜드 알렉산더매퀸은 북유럽의 슈퍼모델 수비 코포넨을, 이탈리아 브랜드 에밀리오푸치는 론칭 65년 만에 처음 촬영한 광고에서 앰버 발레타를 기용했다. 100% 전문 패션모델이다. 올림픽 때 자국 선수들을 위한 유니폼 제작에 자주 참여하는 아르마니는 ‘잘나가는’ 모델은 거의 발탁하지 않는다. 아르마니는 “일반 사람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는 철학을 고수하며 쇼나 광고에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가장 화제는 돌체앤가바나의 광고다. 젊은 모델 사이에 백발의 할머니가 한 명 눈에 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고령 슈퍼모델 다프네 셀프(83·사진 오른쪽)다. 그녀는 백발ㆍ주름ㆍ검버섯 등 세월의 표식을 광고에서 여과 없이 드러낸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광고 전략은 서구에서 이미 18세기 말부터 퀸스, 하퍼스, 보그 등 패션잡지가 정기 간행되면서 함께 발달한 패션 사진 때문이다. 이에 맞물려 1980년대부터는 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시퍼, 지젤 번천 등 패션모델들이 그야말로 ‘슈퍼스타’로 부상하며 명품 브랜드의 고정 모델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글로벌 광고에 출연한 모델 김성희(위). 사진 아래는 ‘돌체 앤 가바나’의 F/W 화보.                                                                                                                     [사진제공=에스팀·신세계인터내셔날]

▶‘핫’스타만 선호… 국내 패션 브랜드의 ‘줏대’ 없는 모델 선정=1990년대 국내에서도 여성복 시장 성장과 함께 감각적인 패션 사진(화보)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심은하 최진실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이 패션 브랜드 메인 모델 자리를 꿰차곤 했지만 때론 전문 패션모델들도 광고를 통해 스타가 되기도 했다. 한 포토그래퍼는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며 “IMF 구제금융 이후 수많은 패션기업이 문을 닫았고, 브랜드들은 장기간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 이뤄지는 이미지메이킹까지 고려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단시간에 홍보 효과를 누리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광고 전략이 필요했던 것. 모델의 이미지나 전문성보다는 인지도가 가장 중요했다. 스포츠ㆍ영화ㆍ음악ㆍ드라마 등으로 큰 인기몰이를 한 ‘핫’스타가 단골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신속한 대응이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본연의 기능과 이미지 구축엔 손해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아직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명품’이 탄생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명품 아웃도어’ 목표… 정체성 만드는 광고에 집중”=미약하나마 모델 선정ㆍ기용에 변화를 보이는 곳은 아웃도어 브랜드다. 올해 5조원대 성장을 전망하는 아웃도어업계에서는 수년간 지속했던 ‘톱스타 마케팅’을 줄여나가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후발 주자들은 여전히 수억원대의 톱 영화배우와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거나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업체들은 아웃도어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체성 확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노페 교복’으로 불리며 1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스페이스는 올해 완전히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 단일 브랜드 최초 6000억원 매출 달성의 주역인 다운 패딩은 당시 전속모델 빅뱅의 인기 덕을 톡톡히 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빅뱅 점퍼’로서의 유행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전문산악인과 낚시인들만 입을 만큼 기능성으로 승부했던 옛 이미지를 다시금 가져오겠다는 것. 최근 자체 기술력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컬럼비아 역시 국내 톱스타 모델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스포츠 브랜드의 홍보담당자는 “여전히 제품 본연의 기능과 브랜드 정체성과 관련 없는 단발성, 이벤트성 스타 모델 기용이 대부분”이라며 “최근 몇몇 브랜드가 방향을 바꾸고는 있지만 내년 시즌엔 또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