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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꾸었나…신비로운 산세에 떠난 넋 돌아올줄 모르네
[장자제(중국)=글ㆍ사진 박동미 기자]중국 후난성 서북부에 위치한 장자제는 국내에선 ‘장가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82년 중국 최초로 삼림공원에 지정됐고,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또 유일한 특급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가족여행, 효도관광, 친목회 여행지 일순위로 꼽히는 장자제는 3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도 이점이지만, 유난히 산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멋진 볼거리, 이야깃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연간 60만명의 한국인이 장자제를 방문한다. 전체 관광객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억만년에 걸친 풍화ㆍ침식작용으로 생성된 깊은 협곡과 아름다운 기암절벽은 한 폭의 산수화다. 탄성의 연속이다. 장자제가 언급될 때마다 나오는 “어찌 이럴 수 있나.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두보의 시말과 “장자제에 가보지 않고는 100세가 되어도 늙었다고 할 수 없다”는 중국 속담에 또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흔히 장자제는 장자제 시의 톈먼산부터 위안자제 풍경구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텐먼산으로 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본 통천대로. 텐먼동에 오르기 위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아찔한 통천대로를 지나야 한다.

▶세계 최장 케이블카…톈먼산에 오르다=창사 시에서 4시간을 달려 장자제에 닿았다. 분명 고속도로라고 하는데, 차가 덜컹거릴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다.

톈먼산(1518m)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장자제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탄다. 세계 최장으로 7㎞가 넘는다. 깎아지른 듯한 웅장한 절벽 사이로 케이블카는 유유히 40여분을 이동한다. 시내 한복판에서 출발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개인주택과 아파트 위를 지나는 것도 신기하다. 10분쯤 지나니 산세 속에 들어가 있다. 내려다보니 까마득해 눈을 질끈 감는다. 하지만 이내 신비롭고 기괴한 절벽과 골짜기에 두려움도 잊는다. 말로만 듣고, 꿈에서나 그리던 ‘무릉도원’ 이 바로 여기다.

톈먼산 정상에서는 케이블카보다 더 아찔한 유리잔도(60m)가 기다린다. 절벽 옆으로 1.5폭의 유리길을 만들었다. 발밑으로는 1400m 낭떠러지다. 케이블카에서 조렸던 마음이 이내 풀리기도 전에 또다른 모험이다. 이 길 위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겁쟁이가 되고 만다. 멈춰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진정한 ‘용자’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옆에 만들어진 유리잔도. 유리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헝겊신을 신고 걸어야 한다. 발 아래로는 1400m 낭떠러지이다.

톈먼산 마지막 코스는 톈먼동(천문동)이다. 높이 131.5m, 폭 57m의 구멍이 뚫려 있는 톈먼산의 정상 중 정상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 아래로 보이던 길고 구불한 길 ‘통천대로(하늘로 오르는 길)’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간다. 이 코스도 만만치 않다. 장자제 여행은 ‘강심장’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관광객 중엔 산전수전 다 겪어봤을 법한 50대 중년 남녀가 가장 많다. 톈먼동은 멀리서 바라봐도 장관이지만, 이왕이면 999개의 계단을 올라 구멍 속에 들어가보길 권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보면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오르지 않고, 아래에서 구경만 하다 집에 돌아간다면, 그 아쉬움과 후회로 더욱 괴로울지 모른다.

▶아바타 배경된 그 곳, 위안자제를 만나다 ‘할렐루야!’=톈먼산이 웅장함과 기괴함을 자랑했다면, 위안자제 톈쯔산(천자산)은 보다 섬세하다. 위안자제를 둘러보기 위해선 총 2.8㎞를 걷는다. 평지를 걷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통 1시간을 걷는다.

위안자제는 3억8000만년 전에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서 생겨났다.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깎인 기암괴석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그림’이다. 아주 빼어난 한 폭의 동양화다. 난생 처음 보는 산세를 눈에 담고, 하루 종일 ‘신선놀음’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대부분 가이드와 함께온 단체 관광객이라 30분 만에 내려가는 일행도 더러 있다. 아무리 30분을 보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풍화 침식작용으로 구름다리 모양을 한 천하제일교, 정신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는 미혼대, 영화 ‘아바타’ 배경의 원형 할렐루야바위 등이다. 

위안자제(원가계) 풍경구를 걷다보면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너무 아름다운 절경에 넋을 놓는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미혼대의 모습.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위안자제 하산길은 장자제처럼 눈을 감고 타야 하는 케이블카가 아니다. 1분 50초 만에 내려오는 바위 속에 숨은 엘리베이터다. 눈깜짝할 새 신선이 사는 곳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버린다. 몽롱해질 만큼 꿈같은 풍경이 사라졌다. 정말 꿈을 꾼건 아닐까 살을 꼬집어본다. 아마도 미혼대에서 정말 정신을 놓았나보다.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걸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와 몇 발자국 걸으니 아기자기한 장군바위가 관광객을 배웅한다. 

위안자제 마지막 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장군바위.

▶장자제 가는 방법은=여행사마다 인천~창사 국제공항(3시간 소요)까지 전세기를 이용한 장자제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투어의 ‘장사/장가계 5일’ 상품은 핵심 코스인 톈먼산 케이블카는 물론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이 한 폭의 산수화에 비유되는 십리화랑 그리고 환상적인 지하비경을 자랑하는 용왕동굴 관광이 포함돼 있다. 전 일정 준5성급 이상 호텔에 투숙하며, 전신마사지도 즐길 수 있다. 89만9000원부터. 상품 종류에 따라 마지막날 창사공항으로 이동하기 직전 임시정부청사기념관을 관람할 수도 있다. 항일운동 당시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장자제 지역은 일년 중 비가 오는 날이 200일이 넘는다. 우산과 우비는 필수. 안개가 끼는 날도 많다. 맑은 날이 가장 아름답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안개가 자욱하면 자욱한대로 멋지다. 한국 돈이 통용되니 환전은 필요없다.

pdm@heraldcorp.com 

장자제 텐먼산의 비경을 스케치하고 있는 한 서양인 관광객.
한폭의 수묵화 같은 텐먼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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