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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포스코·IBM·픽사…창조적 기업엔 사람(人)과 문화(文)가 있다
작년 구글 신입사원 6000명중
5000명 인문학 전공자로 채용
통섭형 인재 중요성 갈수록 주목



# 포스코는 신입사원과 임직원 교육 과정에서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는 강좌를 진행한다. 유니레버는 정기적으로 시인과 작가를 초청해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GM은 작업장 문화 개선 작업에 인류학자를 동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철학, 동양사학, 어문학 등 인문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전체 인원의 15%에 이른다.

철강, 자동차, 전자, 생활용품 등 각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이들 장수기업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문학’이다. 모든 산업의 뿌리와 결실에는 ‘인간(人)’과 ‘문화(文)’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세계화와 감성 경영이 기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한층 배가됐다. 장수기업의 비결은 제품의 혁신 등이 전부가 아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인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한 통찰력이야말로 장수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인문학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는 예는 글로벌 기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신규 채용 인력 6000명 중 5000여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충원했다. IBM은 임원 교육과정을 인문학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전을 읽은 뒤 이를 바탕으로 기업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과제 등을 제출하게 한다. ‘토이스토리’, ‘카’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는 ‘픽사 대학’을 설립, 글쓰기나 문학, 철학 등 100여개가 넘는 인문학 교과 과정을 직원에 제공하고 있다.


IT계의 신성인 마크 저커버그도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ㆍ로마신화를 탐독하는 등 고대 역사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으며, 그의 이 같은 인문학적 소양이 ‘지구 상 모든 이를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상상력으로 이어졌다는 일화 역시 유명하다.

국내 기업도 인문학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97.8%에 달했고,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인재라면 가산점을 주더라도 뽑겠다’는 답변 역시 82.7%를 차지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에서도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신입사원 채용이나 임직원 교육에서 ‘문리(文理)’ 통섭형 인재관을 강조, 이슬람 문화 강좌를 비롯해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애사심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문학을 활용했다. 신화와 상징, 의례를 강조하는 종교학 방법론을 적용해 아모레퍼시픽의 기원을 정립하고 아모레퍼시픽만의 상징적인 직책 등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출해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디자인경영센터는 인문학 전공자가 전체 인원 133명 중 20명에 이른다. 기존 디자인 및 기술 인력과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허브 역할을 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해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 경영이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한 문제가 증가하면서 통찰력을 주는 인문학의 가치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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