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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발레의 본고장 프랑스를 점령하다
[파리=문영규 기자]가족애는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공통된 애틋한 정서다. 한가위 달이 밝았던 지난 9월 유니버설발레단은 발레의 본고장 프랑스에 발레 작품 ‘심청’으로 한국인의 독특한 가족애, ‘효(孝)’를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9월29일부터 30일까지 2일 동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es de Paris)에서 ‘심청’을 공연했다.

일본, 남아공, 대만, 러시아를 거쳐 파리로 이어지는 발레단의 이번 투어는 애시당초 파리를 비롯 리옹, 낭트 등 프랑스 13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유럽 경기의 침체로 무산되고 파리 공연만 진행하게 됐다.

프랑스 투어를 진행한 에티엔느 통(Etienne Thonㆍ58) C.O.C.O.A대표는 “6년 전 폴 질라드(Paul Szilard)의 소개로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심청’은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때 새로운 것이어서 경쟁력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작품들은 모두 전통적이고 비슷비슷하지만 ‘심청’은 한국의 전통 결혼식 등 한국의 전통 이야기가 있었고 발레로 이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게 있었다”며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심청’은 지난 1986년 초연한 이후 전세계 10개국에서 200여회 공연된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초대 예술감독 에드리언 델라스(Adrienne Dellas)가 안무하고 작곡가 케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가 음악을 만들었다. 작품은 전체 3막으로 구성됐다.

29일, 30일 있었던 공연은 유럽에 K-팝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전발레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곡이 흐르고 무대 위 막이 오르자 한국의 전통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대배경으로 동화처럼 그려진 한국의 전통 시골마을은 프랑스인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1막의 하이라이트는 공양미 300석에 팔려간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 거센 풍랑과 번개를 번쩍이는 조명과 흔들리는 파도로 표현했고 이날 심청 역의 주역배우 황혜민은 스스럼 없이 뱃전 세트에서 뛰어내렸다.

2막은 바다에 빠진 심청이 용왕의 도움으로 연꽃을 타고 육지로 다시 오르는 장면이다. 2막을 시작하며 영상을 통해 심청이 바다에 빠진 순간을 환상적으로 표현했고 의상을 통해 용궁에 머무르는 바닷속 생물들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3막에선 연꽃을 타고 온 심청이 왕의 간택을 받아 왕비가 되고 아버지를 만나 그가 눈을 뜨게 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버지가 눈을 뜨는 장면을 조명이 밝아지는 효과로 나타냈고 심학규가 함께 잔치에 온 맹인들을 눈을 뜨이게 만드는 장면을 추가하며 익살맞게 연기해 약간의 재미도 추구했다.

중간중간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고 두 번째 날엔 막 중간 기립박수도 이어졌다.

워낙 한국적인 작품이라 작품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었으나 작품을 접한 관객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작품을 감상한 마리나(28세ㆍ여)씨는 “1막의 남자 무용수들의 군무가 흥미로웠다”며 “어린 심청이 아버지와 함께 자라는 씬 등을 구체적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로비에서 만난 포세(Fosseㆍ48)씨는 “작품이 굉장히 좋았다”며 “(2막의)폭풍우가 치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발레 작품에 비해 감정적인 처리를 잘 한 것 같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이혜민 주 프랑스 한국대사, 이종수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장 등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혜민 대사는 “이번 공연은 프랑스인들에게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였다”고 전했으며 이종수 문화원장은 “낭만발레의 원조인 프랑스에서 우리의 수준높은 발레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특히 작품을 감상한 뱅상 베르제(Vincent Berger) 프랑스 파리 7대학 총장은 “현대사회에서 가족애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좋은 내용인 것 같다”며 “‘심청’은 가족에 대한 모범적인 얘기며 매우 감동적이고 전통한국의 고전을 다뤄 더욱 감명깊었던 것 같다”는 감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3700여석의 공연장을 1800석으로 줄이며 대폭 축소됐지만 1400여명의 유료관객을 유치하며 발레 한류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올해 마지막 월드투어를 마친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12월 ‘호두까기 인형’으로 국내 투어를 앞두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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