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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망의 직업 애널 ‘외도’를 꿈꾸다
수억대 연봉 불구 업무강도 상상초월 · 펀드매니저와의 기싸움도…화려함 버리고 이직 결심하는 이들의 속사정은
매일 리포트에 잦은 기업탐방까지
10년 넘기는 애널리스트 손꼽을 정도
까다로운 매니저들 상대하기 힘들어
하는일 없이 돈만번단 편견에 울기도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애널리스트들
시황과 관계없는 절대수익 실현이 목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이 두 직업은 많은 직장인이 부러워하는 여의도 금융가, 그 가운데서도 ‘꽃’으로 불린다.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손꼽히는데다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직업 가운데서는 어느 쪽이 더 인기가 있을까. 2007년 펀드 광풍이 끝난 이후로 매니저의 운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크게 줄면서 상대적으로 애널리스트 쪽의 인기가 커진 게 현실이다.

하지만 ‘베스트’로 손꼽히는 일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서의 명성과 부를 버리고 매니저로의 전직을 꿈꾸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매니저를 희망하는 베스트 애널리스의 속내,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수억 연봉받는 ‘베스트 애널’=애널리스트는 고연봉 직장인 증권사 안에서도 채권 브로커나 고유자산 트레이더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군이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이전 단계의 보조요원인 ‘RA(Research Assistant)’의 경우 보통 5000만원에서 연봉이 시작된다. RA를 2년 이상 하면 정식 애널리스트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초임 애널리스트의 경우 통상 6000만~7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30대가 넘어가면 1억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30대 후반에 이르면 2억원 가까이 연봉을 받을 수 있다. 40대에 접어들어 팀장급이 되면 연봉이 보통 3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일부 애널리스트의 경우 30대 중후반에도 이미 3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봉이 센 만큼 업무강도도 상당히 강하다. 대개 새벽에 일어나 미국과 유럽 증시 등 해외 시장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시황 담당 애널은 매일 리포트를 써야 하고, 종목 담당은 이틀에 한 번꼴로 기업 탐방을 다닌다.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하루에도 몇 군데씩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뛰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벽 별 보고 출근해 저녁 달 보며 퇴근하기 일쑤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높은 연봉과 증권 전문가라는 외부의 부러움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어 10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애널이 많다”고 전했다.

▶애널의 ‘외도’ 진짜 이유=하지만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현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외도를 꿈꾸는 진짜 이유는 높은 업무강도가 주된 이유는 아니다. 일부 애널리스트의 경우 주요 업무 상대자인 펀드매니저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장 큰 직업적 어려움으로 꼽는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사이다. ‘셀 사이드(Sell-side)’인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분석ㆍ탐방한 종목 리포트를 들고 ‘바이 사이드(Buy-side)’인 매니저를 찾아가 자신의 종목을 ‘세일즈’한다.


매니저는 애널의 설명을 그냥 듣고 넘기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라도 집요하게 찾아내 추궁하기 일쑤다. 40대의 한 현직 애널리스트는 “매니저는 애널에 대해 ‘하는 일 없이 돈만 많이 받는다’는 생각에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설명회를 다니다보면 자존심이 상하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매니저로 전직한 사례를 보면 원래 적성이 매니저에 맞았거나, 아니면 스스로의 운용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까지 지내고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ㆍ상무)는 “내가 가진 빠른 판단과 집행능력 등은 바이 사이드에서 원하는 영역이어서 원래부터 매니저가 되고 싶었지만, 우선 돈을 벌고 싶었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고 나서야 변신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베스트 투자전략가로 손꼽히다가 지난 6월 말 돌연 사표를 쓰고 전업 투자자로 변신한 김정훈 전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여년 전부터 자신의 훈수가 과연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궁극적 목표는 ‘절대수익’=베스트 애널에서 매니저로 변신했거나, 또는 변신을 앞둔 애널의 궁극적인 목표는 ‘절대수익 실현’이다.

김 전 팀장은 “4~5년 정도 직접 투자해 경험을 쌓은 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 매크로 헤지펀드를 만들어 운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한 중견 애널리스트도 “기회가 된다면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를 옮겨 시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반복되는 상승장과 하락장을 지켜본 애널로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영원한 고민이자 궁극적인 목표인 셈이다.

절대수익 투자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김 상무는 “이제 고객이 원하는 제한된 위험 속에서 차별적인 수익을 누가 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헤지펀드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 그럴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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