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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박인호> 오늘도 벗는다? 그리고 걷는다
강원도 홍천의 산골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 우리 가족이 최근 심취한 건강관리법이 있다. 맨발로 맨땅 걷기가 바로 그것. 이를 한자로 접지(接地), 영어로 어싱(earthing)이라고 한다.

접지는 몸을 땅에 연결해 땅의 기운을 충전하는 것이다. 접지론자들은 ‘인간의 질병은 자연, 즉 땅과 멀어지는 데서 온다’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 인체가 그 지기를 흡수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떤 전기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전력을 공급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접지이론은 비단 동양의 한의학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클린턴 오버가 주창한 어싱이론을 요약하면 ‘인체는 늘 약한 양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지표면에 풍부한 음전자를 흡수해 균형을 이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맨발로 맨땅을 걷는 게 최고다. (고무신발은 지기전달을 차단한다) 자연스레 ‘신체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발 마사지 효과도 얻는다. 땅위에 앉거나 눕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가족 중 접지론의 ‘광팬’은 집사람과 큰 딸이다. 편두통 치유 효과를 톡톡히 본 집사람은 이 접지를 하루도 빼뜨리지 않는다. 서리가 내린 차가운 맨땅을 맨발로 걷는 ‘극기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놀라운 체험적 사실은 접지를 시작하고 난 뒤 고질적인 편두통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집에서 인터넷 홈스쿨링으로 대학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큰 딸도 수시로 집 가까운 밭에 만들어 놓은 흙길에서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즐겨 접지를 한다. 때론 맨발을 땅에 대고 의자에 앉아 한참동안 공부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반신반의 하던 필자와 둘째 딸도 등 떠밀리듯 접지에 동참했다. 처음엔 걸을 때마다 아주 작은 돌가루 등에 발바닥이 찔려 따끔거리기도 하고 영 불편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매번 지압을 받은 듯 경직된 몸이 확 풀리고 기운이 난다. 또한 숙면을 취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뒷짐을 진 채 맨발로 맨땅을 밟으며 느리게 한 걸음씩 걷다보면, 주변의 나무와 풀, 각종 작물과 곤충, 새 소리 등에 서서히 빠져들어 간다. 이윽고 나는 자연이 된다. 전원생활 최고의 기쁨이랄 수 있는 ‘자연과의 합일’은 이렇듯 단순한 접지가 주는 최상의 선물이다.

이 접지는 도시인들도 잠시 짬을 내어 도시공원 내 황톳길이나 주변 산의 둘레길, 등산로 등을 이용하면 쉽게 행할 수 있는 기초 건강관리법이다. 물론 난무하는 각종 건강관리법을 맹목적으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일단 직접 체험해보고 심신에 좋다는 것이 느껴지면 이를 즐겨 행하면 된다.

근래 들어 새로운 인생2막을 열기 위한 귀농ㆍ귀촌 붐이 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난치ㆍ불치병에 걸려 요양 및 치유차 자연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연(땅)과의 접촉을 통해 심신을 충전하는 접지야말로 자연치유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자연은 건강과 치유의 근본원천이다. 이 자연 속에 둥지를 튼 우리 가족은 오늘도 (신발을) 벗는다. 그리고 (땅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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