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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시탈’, 욱일승천기 찢고 위안부 건드리니…시청자도 공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 소녀의 이름은 ‘순이’다. 너무 흔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름, ‘이웃집 소녀’의 대명사인 바로 그 이름이다. 건강하고 티없이 자란 이 소녀는 거금 50원을 벌기 위해 간호부가 되기로 한다.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이 간호부에 지원하면 일본에서 공부할 기회도 주어진다. 조선땅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 그러나 모두 거짓말일 뿐이다. ‘황군 병력 손실 원인’ 1위가 성병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제국의 총독이 ‘병력증강’을 위해 위안부를 간호부로 속여 모집하는 ‘비열한 속임수’였다. 일본군에게 위안부 여성들은 ‘군인들을 위한 군수물자’였을 뿐이다. 1930년대 일제치하에 놓인 반도의 현실, 드라마 ‘각시탈’의 한 장면이다.

이제 정면승부다. 반한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한류스타들이 줄줄이 캐스팅을 거부했던 KBS 2TV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 차영훈)’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고 있다. 무력함으로 버텨야했던 시기에 ‘각시탈’ 하나 쓰고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을 향해 돌을 던진 그 시대의 이야기가 잊혔던 과거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9일 방송된 ‘각시탈’의 20회 방송분에서는 일본이 위안부를 간호부로 속여 여성들을 징집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방영 직전부터 항일운동을 다룬 드라마로 관심을 모았던 ‘각시탈’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미적지근했다. 조선인들의 비애는 묻어났지만 우회적인 장치들로 버무린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분개하게 할 만한 ‘한 방’은 보이지 않았다.

‘각시탈’은 이제 직구를 던졌다. 8일 방송분에서는 주연배우 주원이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가르고, 일본 순사들을 응징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남자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축구전쟁’이라도 벌일 듯 두 나라의 국민들이 달아오른 상황에 이 장면은 “짜릿한 쾌감”을 안겨줬다는 소감들이 이어졌다.


다음날인 9일은 위안부 문제를 전면으로 끌고 왔다.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을 접한 뒤 “보는 내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일본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시청소감을 전하고 있다.

희망을 품기엔 가혹한 시대의 이야기다. 무언가를 시도하려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고, 아무리 부르짖고 돌을 던져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던 시대다. 그 시대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각시탈’은 이날 9일 방송분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끌어내며 다시금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특히 아이디 didw****를 쓰는 한 시청자는 이날 게시판을 통해 “20화는 그냥 보는 내내 슬프고도 불편했다. 괜히 그분들 상처를 들춰내는건 아닌가 해서였지만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조심스레 다룬 내용인것 같았다. 아픈 상처를 드러내서라도 꼭 사과를 받고 싶어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각시탈’은 각시탈이라는 인물만 픽션일뿐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고, 드라마 대사처럼 김씨 이씨 박씨 그 시대를 산 모든 이들이었다. 이 드라마가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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