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철분 섭취가 오히려 뼈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정민 교수팀은 지난 2007년부터 이 병원을 방문한 40세 이상 남녀 1729명(남자 789명, 여자 940명)을 분석한 결과, 철분 축적이 많이 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골밀도 저하 속도가 남자는 연간 78.5%, 여자는 34.1% 더 빨랐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철이 신체 대사 및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심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은 알려졌지만, 건강한 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 교수팀은 체내 저장된 철의 농도를 뜻하는 저장철(ferritin) 검사와 골밀도 검사(BMD)를 시행한 환자를 저장철 농도에 따라 낮은 그룹부터 높은 그룹까지 차례로 1~4그룹으로 나눈 뒤 골소실율 속도를 측정했다. 특히 여성은 월경과 폐경의 영향에 따라 신체적 변화가 극심하므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폐경 이후 여성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저장철 농도가 높은 4그룹으로 갈수록 대퇴골의 골소실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4그룹이 1그룹에 비해 골소실이 연간 34.1% 더 빨랐으며 남성은 78.5% 더 빨랐다. 또 저장철이 가장 낮은 여성 1그룹에서 새로운 척추 골절이 발생한 비율은 1.1%인데 비해 가장 높은 4그룹에선 5.8%로, 골절 발생률이 5배 이상 높았다. 

사진제공 = 서울아산병원

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철이 간, 심장 외에도 골밀도 저하속도를 촉진해 골다공증과 골절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과 철분제 과잉섭취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리없는 질환’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은 국내 50세 이상 여성의 40%를 괴롭힐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이번 논문은 골대사에 관한 세계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골·미네랄 연구지(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impact factor 7.1)’ 최신호에 게재되었으며,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Reviews Endocrinology(impact factor 9.9)’ 최신호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고 아산병원은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