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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값 떨어졌는데…재산세는 왜 그대로야”
서울시 정비구역 지정안 통과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에 42㎡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이연희(42ㆍ가명)씨. 그는 지난 16일 날아든 재산세 고지서를 보고 울화통을 터트렸다. 2010년 8억원을 주고 샀던 아파트가 6억원대 초반으로 곤두박질 쳤는데도 재산세는 작년과 비슷한 52만원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자칭 ‘하우스 푸어’라는 이씨는 재건축은 불투명하고 집 값은 계속 떨어지는 데다 대출이자에 비싼 재산세까지 내려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재산세 고지서를 손에 든 이 씨는 “집값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데 요지부동인 재산세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며 연일 씁쓸한 입 맛만 다신다.

7월 재산세 납부시즌을 맞아 강남엔 이씨처럼 재산세를 둘러싸고 불만을 표출하는 ‘하우스 푸어’들이 많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질쳤지만 재산세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올라가는 등 반대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 발표에서도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3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0.2%, 3.6%, 2.3%씩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 114 조사도 비슷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12월 이후 30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특히 개포 등 투자 성향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하락폭이 더 컸다. 반면 서울시가 발표한 7월 정기분 재산세 증감 현황을 보면 서초와 송파지역은 재산세가 전년대비 각 1.29%, 0.28%씩 올랐고, 강남구는 1.06%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아파트 시장에서도 고스란이 나타났다.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56㎡ 급매물 호가는 지난 4월 6억3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대로 6000만원 떨어졌다. 8억5000만원하던 개포 주공아파트(52㎡)도 1억원이상 내려간 7억3000만원대로 낮아졌다.

개포 주공아파트 조합원인 김모씨는 “재건축 미래 가치 때문에 아파트 값이 비싸고 덩달아 세금도 많이 내는데, 재건축이 안되면 왜 세금을 내겠냐”며 “연체료 몇 만원 물고 재산세를 내지 말까 고민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작년보다 집값이 수억원 빠졌는데 재산세는 그대로”라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집값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재산세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 가격이 6억원 밑으로 떨어진 아파트중 일부는 전년보다 재산세가 늘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6억원을 기준으로 세부담 상한세율이 20%포인트 차등적용하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L공인관계자는 “전용면적 86㎡ 신축아파트의 경우 지난 3개월동안 10~15%, 재건축은 그 이상 떨어졌다”며 “재산세 납부 시즌을 맞아 주민들의 짜증섞인 푸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부지역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졌는데 세금이 늘었다’는 항의성 전화를 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자영 기자>
/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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