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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 아파트의 눈물
서울·수도권 경매시장
2~3회 유찰 물건들 급증
10억대 아파트 절반값 낙찰도

보금자리주택 제도 도입후
민간 분양주택 덩달아 약세
결국 내집마련 기피 ‘악순환’


곳곳에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내집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무주택자들에겐 희소식일까.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달갑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부동산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반값아파트’ 사례는 속출할 공산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에 나온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10억원) 대비 55%인 5억501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세번이나 유찰된 물건으로 반값 언저리에서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이처럼 서울ㆍ수도권 경매시장엔 2~3회 유찰된 물건이 늘면서 시세의 절반 수준에 살 수 있는 아파트도 늘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현재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중 2회 이상 유찰된 경매물건은 모두 677건으로, 과거 시세가 폭등했던 강남권과 목동, 분당 등지나 공급이 몰려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고양과 용인 수지 등지의 물건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는 17일 경매에 부쳐질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 154㎡형이나, 오는 8월 7일 경매에 나올 한강로1가 용산파크자이 162㎡형도 각각 세번씩 유찰돼 감정가 20억원의 반값(51%)부터 입찰을 시작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경매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매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들도 이같은 현상을 의식한듯 값싼 물건만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매시장에선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이 계속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의 경우 서울ㆍ수도권에서 진행된 2115건의 부동산 경매에선 289건의 낙찰가액이 채권자들이 제시한 청구액보다 낮아 미회수 채권액이 624억70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18개월내 최고치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경매시장 월평균 미회수 채권액(305억원)의 두 배를 넘어선 규모다.

경매뿐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 자체가 분양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경우도 흔하다. 수도권 외곽 고양ㆍ파주지역의 경우 2007년 대비 평균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산신도시 157㎡평형 매매가는 2007년 8억5000만~9억원에서 4억5000만~5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파주 교하지구 145㎡평형도 5년 만에 5억원 선에서 3억원 선으로 급락했다.

고양시 식사ㆍ덕이지구 등의 신규 입주 단지의 경우 미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10~15% 깎아주고, 잔금 납부 시기도 일정기간 유예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입주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집값이 최고점을 찍은 지난 2006년과 비교하면 현 시세가 30% 이상 떨어진 경우도 많다. 사실상 거의 ‘반값’이나 마찬가지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2006~2011년 누적 물가상승률이 18.1%에 이르는데 시세 하락폭을 더하면 산술적으로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들어 보금자리주택 제도를 도입하면서 ‘반값 아파트’를 구호로 내세웠는데 이제 정말 현실화되는 모양새”라며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민간 분양주택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이 집 장만을 꺼리는 등 악순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토로했다. 반값 아파트가 달갑지 않은 이유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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