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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와 예명, 예명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이 남자 참 잘 생겼다. 기럭지도 훌륭하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수 제작했다는(믿을 수 없지만) 반짝이 트레이닝복 입혀 놓아도 굴욕 없이 화보다. 목소리도 매력적인 중저음. 까칠하고 도도한 이 남자의 이름은 김…태…평…. (현빈의 본명)

이름이 한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성명학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려워도 외적인 모습과 이름이 어울리지 않으면 깨는 것은 사실이다. 직업적인 특성상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실력도 외모도 출중해야 하지만 이름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으면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이름은 연예인스러워야 한다. 그렇다고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자세로 지켜온 이름을 사뿐히 즈려밟고 법원으로 가서 개명을 신청하는 일은 왠지 부담스럽고 죄스럽다. 연예인들이 본명을 잠시 서랍에 두고 예명을 쓰는 이유다. 잘 만든 하나의 예명은 열 개의 본명이 부럽지 않은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 스타들의 예명엔 어떤 사연들이 얽혀있는지 알아본다.

▶본명이 촌스러워서= 가수 태진아의 본명은 ‘조방헌’이다. 태진아는 본명이 촌스럽다는 매니저의 지적으로 예명을 갖게 된 케이스다. 70년대 인기 탤런트 태현실의 ‘태’와 남진의 ‘진’, 나훈아의 ‘아’를 조합해 예명을 만들었다. ‘컴퓨터 미인’ 배우 황신혜의 본명 ‘황정만’이다.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남자를 연상시키는 본명이 어울리지 않아 여성스러운 예명으로 사용하는 예다. 촌스러운 본명이 중견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배우 송승헌의 본명은 정감(?)이 느껴지는 ‘송승복’이다. 예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스타로 꼽히는 송승헌은 법원에서 개명허가를 받아 예명을 본명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왜 먼저 데뷔하셔서= 본명과 동명 연예인이 있어 예명을 붙인 사례도 많다. 배우 한가인의 본명은 선배 배우 김현주와 같다. 배우 주지훈의 본명은 작곡가 주영훈(42)과, 배우 김수로(41)는 배우 김상중과, 가수 아이비는 배우 박은혜와, 배우 박시연은 개그우먼 박미선과 같다. 배우 김지우의 본명은 배우 김정은과 같은데, 정작 김정은은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 순위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이름이 같아 밀리는 굴욕(?)을 겪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건재한 이상 앞으로도 계속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김정은은 자신의 트위터에 “여기도 김정은 저기도 김정은...”이라는 글을 올려 불편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설마 막 지은 예명은 아니겠죠?= 가수 세븐(본명 최동욱)의 예명은 함께 설렁탕을 먹던 양현석이 남아있는 깍두기 숫자를 7개를 따 지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본명 박효진)는 ‘용비어천가’의 ‘해동 육룡이 나라샤…’에서 따온 예명이다. 같은 그룹의 미료(본명 조미혜)의 예명은 ‘조미료’에서 따왔다. ‘월드스타’ 비의 예명을 프로듀서 박진영이 지었다는 사실도 유명하다. 녹음 당시 비가 많이 내렸다는 이유로 ‘비’라는 예명을 얻었다. 그러나 배우로 활동할 땐 본명 ‘정지훈’을 사용하는데 이는 다른 가수 출신 연기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 ‘신화’의 에릭(본명 문정혁), ‘샤크라’의 려원(본명 정려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 글자 빼니 달라 보이네?= 본명에서 한 글자 빼 예명으로 삼는 경우도 새로운 예명을 짓는 경우만큼이나 많다. ‘한류의 원조’ 가수 보아의 본명 ‘권보아’는 예명이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역 이미지를 벗는데 어려움을 겪던 채림은 본명(박채림)에서 성을 뺀 예명으로 활동하며 성인 연기자 이미지를 굳혔다. 배우 이본은 본명(이본숙)에서 한 글자를 뺀 것만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출 수 있었다. 이밖에 본명에서 한 글자를 뺀 예명을 가진 스타로 ‘핑클’의 유진(본명 김유진), 가수 윤하(본명 고윤하), 가수 윤상(본명 이윤상), 배우 김민(김민정), 배우 김청(김청희) 등이 있다.

▶당신은 태생부터 연예인임을 인정합니다= 튀는 예명이 난무하는 연예계에서 본명을 고수하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연예인의 운명을 타고난 듯 본명을 쓰는 스타들 중엔 유독 대형 스타들이 많다. 배우 이병헌, 장동건, 배용준 등이 대표적이다. 하희라, 채시라 역시 본명으로 활동하는 스타들이다.

▶내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다오= 배우 하지원은 본명 ‘전해림’으로 활동하다 소속사 대표를 버리고 떠난 첫사랑의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장혁(본명 정용준)과 주진모(본명 박진태)는 자신의 매니저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가수 박현빈(본명 박지웅)은 현빈처럼 스타가 되라는 소속사 관계자의 바람을 담아 예명을 얻었고 결국 트로트계의 아이돌이 됐다.

▶돌싱? 아니 ‘돌본’= 예명을 사용하다가 본명으로 돌아와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배우 오현경은 ‘오상지’라는 예명을 사용하다 다시 본명으로 활동 중이다. 배우 방은희도 이혼 후 ‘방민서’로 개명했다가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 예다. 배우 이상아는 ‘이민주’로 개명했다가 관심을 받지 못해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 안타까운 경우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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