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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세 ‘엄지공주’, 심장 이식으로 새 삶을 찾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9살 A양은 몸무게가 겨우 15㎏에 불과했다. 러셀 실버 증후군으로 인한 왜소증 탓이다. A 양을 더욱 절망케하는 것은 심장병의 하나인 확장성 심근병증이었다. 심장 근육이 늘어나면서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았다. 건강한 심장은 매회 수축을 통해 심장에 들어온 혈액의 약 50∼60%(박출계수)를 온몸으로 뿜어내야 하지만 A 양은 입원 당시 박출계수가 20%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급성 신부전 등 다발성 장기 부전 합병증 증세까지 보였다.

A 양을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심장 이식뿐. A 양은 17일이나 체외순환 보조장치에 의존해 혈압을 유지하며 희망을 이었지만 더는 불가능했다.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46세 성인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리고 여린 A 양의 심장보다 3.3배나 큰 성인의 심장을 무사히 이식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박정준 교수팀은 학계 최초로 흉골 봉합술을 통해 성인의 심장을 A 양에게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박 교수팀은 A 양의 원래 심장보다 3.3배나 큰 성인의 심장을 이식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절개한 흉골(가슴 중앙뼈)을 닫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4개의 티타늄 판을 절개한 흉골에 연결한 뒤 피부와 근육을 이식하는 흉골 봉합술을 시도했다. 의료진은 먼저 티타늄 판 1개를 흉골 상단 양쪽으로 각각 2개의 나사를 사용해 고정했고, 남은 판 3개는 아래쪽에 각각 3개의 나사를 사용해 고정했다. 심장을 가장 많이 압박한 아래쪽 흉골 부분은 4㎝정도 벌어진 채로 고정했다.

이렇게 고정된 티타늄 판은 절개된 뒤 닫히지 않던 흉골을 이어주었고 이후 A 양의 복부 피부와 근육을 이식해 외관 상처를 덮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22일 A 양이 지난달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뒤 정상적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심장 기능에 문제는 없을 것이란 의료진의 기쁨도 함께였다.

A 양의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박정준 교수는 “이번 수술을 통해 체중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장기 제공자를 구하기 어려운 국내 여건에서 심장 크기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서 “소아 연령에서도 장기 기증 제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되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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