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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세자’ 끝나고도 왜 팬들은 패닉일까?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SBS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는 끝났다. 마지막회에 300년전 조선시대로 돌아간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세자빈 살인사건을 파헤쳐 자신을 사모해온 부용(한지민)의 희생이 있음을 밝혀냈다.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에 있는 인물과 현대 인물과의 연관성으로 주목받았다. 현대에서 이복동생 용태용을 바다에 빠뜨려 죽인 용태무(이태성)가 전생에서 왕세자 이각을 죽이려한 이복형 무창군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열혈팬들은 드라마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른다. ‘옥세자 홀릭’들이 적지 않다. 여운이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대사가 시청자의 가슴속으로 전해졌다.

수없이 많은 멜로드라마를 보며 남녀주인공이 나누는 사랑의 감정을 느껴봤지만 ‘옥세자’의 사랑은 훨씬 더 아련하고 그래서 더 애절하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 효과가 제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옥탑방 왕세자’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박유천과 한지민이 1인 2역, 아니 1인 3역(박유천)으로 그 복잡한 관계를 풀어갔다. 웬만한 작가라도 이를 끌고 가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중후반 구성이 다소 느슨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깔끔하고 짜임새 있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완전 몰입시켰다. 현대에 있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때부터는 정리가 너무나 힘있게 전개됐다.

여기에는 부인과 사별한 후 6년간 절필했던 이희명 작가가 부인에게 전하고 싶은 절절한 사랑고백의 메시지가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이 작가는 ‘미스터 Q’ (1998) ‘토마토’(1999) ‘명랑소녀 성공기’(2002) ‘불량가족’(2006) 등 히트작을 쓴 작가다. 불량가족의 양아(남상미) 캐릭터 등를 재미있게 본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옥세자’는 20~30대 여성작가의 작품인줄 알았다. 50세 가까운 남자 작가가 쓴 드라마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역시 이희명 작가의 명성은 죽지 않았다.

‘옥세자’에는 300년전 조선과 현대간에 편지와 그림엽서가 배달된다. 이각이 부용각 돌기둥에 서찰을 묻어두면 부용의 환생인 현대의 박하가 받아볼 수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좀 더 하고 올 걸 그랬다” “세자 저하를 사모하였습니다. 평생 좋아했습니다. 몇백년후에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등 서로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됐다. 자기들끼리 부르던 ‘멍충이’는 취소한다는 내용도 첨가됐다.

불교식의 윤회관을 보는듯한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는 ‘부용’의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부용은 언니를 구하고 대신 죽으면서 “세자 저하를 지켜줘요”라고 부탁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박하는 약속시간에 나갔던 남산타워에서 태용을 만났다. 그 위에는 왕세자 옷을 입은 이각이 오버랩됐다. 작가는 ‘비록 내가 태용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가 바로 300년 전의 이각이다’ 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박하도 환생한 이각을 알아본듯하다. 박하의 과일주스가게와, 조선시대로 무사히 돌아온 이각의 꽃심복 3인방이 열어 대박을 친 ‘박하 오무라이스’ 가게도 모두 전생과 현세를 이어주는 코드다.

유효기간이 붙은 사랑을 나누고 계산된 사랑을 하는 현대인에게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변치않는 사랑을 보여주는 ‘옥세자’가 잊혀지지 않고 아련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는 사랑 한번 해볼 수 없을까?

이각의 기억이 100% 온전하게 살아있는 태용인지는 100% 확실하지 않지만 서로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애절하게 바로보던 박유천과 한지민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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