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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 ‘核’이 된 한반도
지구촌 53개국 정상참석 ‘서울 핵안보회의’ 역사적 개막
김정일 100일추모 사이렌속
오바마 DMZ 방문 상징성 주목

北로켓·이란핵 등 초미 관심
오바마, 中에 영향력 행사 압박
胡주석도“ 밀릴수 만은 없다”
G2 한반도 주도권 다툼 가열

지난 25일 정오 무렵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25m 떨어진 비무장지대(DMZ) 내 웰렛 최전방 초소(OP). 북한 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갈색 가죽점퍼를 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쌍안경으로 북측을 응시했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정승조 합참의장 등 한ㆍ미 주요 군 수뇌부가 군복을 입은 채 호위했다. 

같은 시각. 평양 김일성광장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당ㆍ군ㆍ정 수뇌부를 모두 대동하고 10만여명의 군인과 시민 앞에 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을 맞아 열린 ‘중앙추모대회’ 동안에는 3분간 추모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오바마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같은 사이렌 소리를 들었지만 생각은 달랐다.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서울행 전세기에 올랐다. 그동안 ‘잽’을 주고받던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울에서 회심의 강펀치를 날리려 하고 있다. 북한 핵, 로켓 발사, 탈북자, 이어도 문제 등 서로 비켜갈 수 없는 ‘정치적 치킨게임’의 무대가 서울이 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情)’을 나눈 한ㆍ미 정상은 지난 25일 무려 3시간여를 함께하며 북한과 중국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로켓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잘못된 행동은 보상받지 못할 것” “(과거의 잘못된) 패턴을 단절하겠다”며 분명하고(clear) 단호하고(firm) 정확한(precise) 대응을 명확히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반갑게 영접하고 있다. 두 정상 간 10번째 만남인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발사 저지를 위해 중국이 적국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오바마 대통령의 총구는 중국으로도 향했다. “중국이 우려 사항을 북한에 전달하는 방식도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26일 오후에 만날 후 주석에 대한 일종의 예비사격이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서울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 중국과의 갈등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확실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서는 표(票)를 장담할 수 없다. 후 주석과의 개별 양자회담에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보다 강한 영향력 행사를 주문하는 동시에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미국 측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전쟁과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서울 회동은 일전일퇴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타래가 얽히고 설켜 매듭을 풀기가 좀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치적 북한 봉쇄 작전이다.

중국은 각각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치킨게임’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을 조짐이다. 탈북자ㆍ이어도 문제 등은 중국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첨예한 주제다. 게다가 국제사회가 한국에 동조하는 것도 마냥 두고 볼 수 없다. 이 샅바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도권도 놓치게 된다. 그만큼 중국으로서도 이번 서울 회동은 절박하다.

각국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모두 서울 한복판에 집결이라도 한 듯 서울이 국제사회의 ‘핵(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핵(核)무기’를 제거하자고 모인 서울이 오히려 ‘핵’이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고, 그만큼 서울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고농축우라늄(HEU)의 실질적인 감축 약속을 하는 ‘서울 코뮈니케’가 한반도의 긴장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멈추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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