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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통의 연애’서 보통 이상의 가능성 보인 신예 연우진
이 남자 좀 훈훈하다. 키 185cm에 이정진과 송중기를 섞어 놓은 듯한 외모, 듣기좋게 부드러운 저음의 목소리. KBS ‘오작교 형제들’(황태필 역)과 드라마스페셜 4부작 ‘보통의 연애’(한재광 역)까지 바로 이어진 촬영으로 이제서야 고향(강원도 강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부랴부랴 올라왔단다. 새 수목극 ‘적도의 남자’에 앞서 ‘땜방’ 편성된 ‘보통의 연애’에서 재발견 된 연우진(28)을 최근 중구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보통의 연애’의)캐릭터와 장르(미스테리)가 너무 좋아서 욕심이 났었고, 촬영 끝내고도 너무 좋았다. 기대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정선 작가 “제 옷 입은 거 처럼 훨훨 나는 구나”
‘보통의 연애’ 시청률은 ‘해를 품은 달’에 가려 져 5% 미만에 불과했지만, 주위 반응은 보통 이상이었다. “촬영지인 전주 한옥마을 근처 숙소에 묵었었는데, 첫 회 방송이 나간 뒤 (‘오작교 형제들’의)이정선 작가님한테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항상 믿었는데 너의 옷을 입은 거 처럼 훨훨 나는 구나’라는 내용이었어요. 힘이 됐고, 너무 감사했어요.”
오작교네 막내 태필은 유들유들하고 쾌활한 성격. 반면 재광은 진중한데다 살해된 형을 잃은 슬픔, 어머니와의 반목으로 인해 반항끼까지 드리워 어둡다. 그는 실제 성격은 재광에 가깝다고 했다. ‘보통의 연애’를 연출한 김진원 PD 역시 “실제로는 점잖아서 배역에 들어 맞겠다”고 판단했다. 연우진은 “둘 다 연기라서 편한 것은 없지만, 제 성격이 무뚝뚝하고, 낯가림있고, 무관심한 편이라서, 이 작품 보다 ‘오작교 형제들’이나 시트콤(‘몽땅 내사랑’) 준비할 때 더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전주에선 어르신들이 “태필아~”로 불러
연우진은 극 중 형을 살해한 범인의 딸 윤혜(유다인 분)를 사랑하지만, 담담한 시선으로 떠나보내야하는 연기를 해야했다. 촬영은 영화처럼 리허설도 몇번씩 진행됐다. “(범죄 사실이 확정되는 순간)실제로 윤혜가 넘 안됐더라구요. (이뤄질 수 없는 관계임을 알고)좌절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마음대로 해보라고 해서, 무릎을 꿇고 울었는데, 다시 찍자고 하시더라구요.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담담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는 또 촬영이 대본 순서와 다르게 진행될 때는 “감정선의 흐름을 잇기 위해 대본을 처음부터 새로 다 다시 읽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약 3주 동안 전주에서 머무르며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그는 전주 시민들에겐 ‘태필이’로 불렸다. 그는 “오작교 형제들이 가족 드라마고, 시청자 연령폭이 큰 드라마다 보니, 어른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더라. 태필이라고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때 제2의 사춘기, 군대에서 연기 결심 굳혀
이제 겨우 데뷔 3년차인 연우진은 대학교(세종대 토목공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국방부 의장대에서 연기 진로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강릉에서 다닌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밤 11시 넘어 보충수업까지 듣는 착실하고 평범한 ‘그저그런’ 학생이었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억눌렸던 게 터진거죠. 제2의 사춘기랄까? 재수를 할 지, 영화 공부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일찍 들어간 군대에서 정리가 된 거죠”
제대 후 복학해서는 전공 수업을 제외하고 교양 수업은 모조리 영화 관련 과목으로 들었다. 연극 동아리 등을 찾아다니던 중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와 연이 닿아, 2009년 영화 ‘친구사이’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인기의 무덤이라는 군복무를 일찌감치 해결한 덕에 연기 활동이 더욱 자유로워졌음은 물론이다.



▶본명은 김봉회, 밴드 ‘드러머’ 출신 동생은 김대회
‘오작교 형제들’에 함께 출연한 정웅인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우진의 본명이 김봉회라고 폭로하면서 화제가 됐다. 영화 ‘친구사이’ 개봉 당시 김봉회는 옥편을 찾아가면서 직접 만든 예명 서지후를 썼다. 이후 소속사에 적을 둔 뒤 작명가가 지어준 현재의 연우진으로 바꿨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인데 버리니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집안 돌림자가 ‘회’인데 동생은 김대회여서, 어릴 적에 ‘김먹는 대회’냐며 놀림을 많이 받았다”라며 웃었다.
작곡과 4학년에 재학중인 친동생은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형제의 예능 소질은 미술교사였던 부친한테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연우진은 “어릴 때 아버지가 우리를 많이 데리고 다니셨다.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시면 한편에선 우리는 공 가지고 놀고, 어머니는 음식을 싸가지고 오시고. 그러면서 감성적인 면이 발달한 것 같다. 그 때는 따라다니기 싫었는데 지금은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이상형은 한 눈에 반하는 스타일, 일에서도 프로다운 여성이 좋아
연우진은 “빨리 연애해서 부모님께 소개도 시켜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상형을 묻자 “중요한 건 느낌”이라면서 “한 눈에 반해야하고, 일을 할 때는 ‘확확’ 돌변하는 여자가 좋다. 프로페셔널하고, 나 한테만 다른 면을 보여주는 여자”라며 까다로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오작교 형제들’에서 바람둥이에다 연상녀를 사귀는 ‘호남형’ 역을 맡으면서 적잖은 여성 팬층이 생겼다. 지난달 발렌타인데이에는 팬들이 수원 세트장으로 간식 등을 챙겨 오기도 했다. ‘친구사이’ 때부터 응원해주는 소수 팬이 보내오는 편지를 그는 지금도 가끔 읽어본다. 삶의 지침이 되는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너무 보여주고 싶은 거도 많고, 하고 싶은 거도 많아요. 장르나 배역을 최대한 열어두고, 많이 깨트려보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는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망으로 꽉 찬 배우였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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