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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굴비·당진 간재미·사천 도다리…겨우내 집나간 입맛도 돌아온다는‘영양가득 미각여행’
봄이 오고 꽃도 폈다는데 겨우내 떠난 ‘입맛’은 돌아올 줄 모른다. ‘꽃샘추위’에 아직도 몸은 움츠러든다. 기분 전환과 함께 영양보충이 필요한 시점. 새콤달콤 봄나물도 좋지만 이럴 땐 역시 제철 생선이다. 전남 영광 굴비, 충남 당진 간재미, 경남 사천 도다리를 맛보러 떠난다. ‘입맛’ 확 살리는 별미기행이다. 어디갔나 했더니, 봄은 바다에 먼저 와 있었다. 


구관이 명관, 영광 굴비

천혜의 항구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연중 고기잡이 배들로 북적이지만 조기잡이가 한창인 봄철이면 유난히 활기차다. 영광 앞바다인 칠산어장을 지나는 조기들은 알을 품고 있다. 가장 맛있는 때다.

조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중 하나다. 싱싱한 조기도 인기지만 살짝 염장해 말린 굴비는 더욱 사랑을 받는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은 촉촉함이 살아있는 굴비를 선호하면서, 완전히 건조된 전통굴비가 아닌 염장굴비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옛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바싹 말린 굴비를 쌀뜨물에 담갔다가 쪄내는 굴비찜을 영광굴비 최고의 맛으로 손꼽는다. 하얀 쌀밥에 굴비찜 한 점. 달아났던 입맛이 어느새 돌아온다. 

쌀밥에 굴비 한 점을 무엇에 비하리~

영광굴비를 맛 본 후에는 영광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찾아가 보자. 법성포라는 지명이 생겨난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에는 부용루, 탑원, 간다라 유물전시관, 사면대불 등의 볼거리가 많다.

또 법성포에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다. 이 길에 영광해수온천랜드와 노을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영광해수온천랜드는 지하 600m에서 솟아나는 27.1℃의 염화나트륨 광천수를 사용한다. 온천을 즐기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백수해안도로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노을전시관에는 아름다운 노을사진과 노을을 테마로 쓴 책들을 전시하고 있다. 


회로 무침으로, 당진 간재미

충남 당진의 봄 포구에는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산물들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싱싱한 간재미 회무침을 그냥 두고 떠날 수 없다. 3월 당진은 간재미 철이다. 6월이 지나 알이 들면 살이 뻣뻣해진다. 지금부터 5월까지 간재미는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간재미는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수놈은 꼬리가 양갈래로 뻗어 있고 암놈은 꼬리가 한 가닥이다. 간재미는 보통 날회보다는 무침으로 먹는데, 간재미 무침의 감칠맛을 위해서는 싱싱한 간재미는 필수이고, 여기에 양념을 버무리는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져야 한다. 한 점 입에 무는 순간, 강렬한 맛이 전해진다. 부드러운 살점 한 가운데, 오돌오돌 씹히는 회맛이 봄 야채들과 곁들어져 향긋하게 입 전체를 감싼다.

간재미 무침의 8할은 주인장의 손맛!

운치 있게 간재미를 먹을 수 있는 옛 포구는 제철소 등이 세워지며 다소 변했지만, 석문 방조제 건너 장고항에는 여전히 소박하고 소담한 어촌풍경이 남아있다.

장고항까지 왔으면 인근 포구 구경을 놓칠 수 없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방조제 드라이브 길은 당진 9경 중 하나다. 일출, 일몰로 유명한 왜목마을까지는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 이 마을에는 해변을 잇는 나뭇길이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간재미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지금이 딱이야, 사천 도다리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면 반도의 끝자락 사천으로 간다. 봄 도다리가 있어서다. 3월쯤 삼천포 앞바다에는 제주도 근처에서 겨울 산란기를 지낸 도다리가 올라온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라는 말이 있듯이 봄에는 도다리가 제일 맛이 좋다.

경남 서부 연안어업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 3대 어항 중 하나인 삼천포항은 구항과 신항으로 이뤄져 있는데, 구항으로 행선지를 잡아야 도다리는 물론 항구 주변에 펼쳐진 어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밤새 거친 파도와 싸우며 그물 한가득 싱싱한 도다리를 걷어 올린 어선들이 새벽 3시부터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지금 삼천포의 주인공은 바로 나! 산란기를 끝낸 도다리는 찰지고 쫄깃하다

삼천포 어시장에는 상점, 좌판 할 것 없이 도다리가 주인공이다. 노점과 좌판, 포장마차가 늘어선 바닷가 쪽 도로변에서 싱싱한 도다리를 골라 회를 뜬다. 도다리는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로 먹기도 한다. 산란기를 끝낸 도다리는 살이 꽉 차서 찰지고 쫄깃하고, 뼈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봄의 향기를 오감으로 만끽하고 싶다면 도다리 쑥국이 제격. 전라도의 홍어 애탕에 비견되는 경상남도 대표 봄철 음식이다.

도다리의 봄 향기가 채 가시기 전에 발걸음을 옮겨 삼천포 구항과 신항 사이에 위치한 노산공원으로 향한다. 노산공원에서는 시원스레 펼쳐진 한려수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신항의 등대로 이어진 데크를 따라 걷다가 등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한 장 남길 수 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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