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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발씩 양보해야 사내하청 해법 있다
사내하도급 형태의 고용은 불법 파견이고, 2년 이상 파견으로 일했으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파장이 적지 않다. 당장 소송을 당한 현대자동차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피해졌으며, 조선업 등 비슷한 형태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업종도 비상이 걸렸다. 사내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은 원도급 업체 근로자와 한 사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은 물론 고용 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판결이 모든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비슷한 고용 행태의 대기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사회적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접근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노동계는 전체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정치권은 양대 선거를 앞두고 비정규직 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공약을 연일 쏟아낸다. 임금이 정규직의 평균 60%에 불과하고 그 숫자가 급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는 사회 양극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2010년 노동부 조사 결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32만6000여명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연간 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 현실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경기 침체 시 근로자 감축 등 효율적 인력관리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 유연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 심화와 기업 및 산업 경쟁력 약화, 그 어느 것도 도외시할 수 없다.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 나가되 노동현장의 유연성을 염두에 두고 그 양면성에 대처해 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각국의 재정 적자와 경기 침체로 세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게다가 정치권의 복지공약 남발 등을 포함해 자칫 한국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질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때다. 기업 부담을 주주와 경영진, 정규직이 분담하는 게 정도다. 그 어느 때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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