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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커뮤니케이션 과잉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
개인 사생활 SNS 공유

연예인 사생활 엿보기는

사적 영역 무너지는 결과

외면과 내면 조화 필요


언젠가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연애상담 해주는 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여성이 보낸 상담 사연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로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 공개하기를 즐기는 남자친구에 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친구가 자신의 상반신을 촬영한 후 ‘샤워한 직후 어쩌고’ 하는 멘트를 달아 트위터에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남자친구의 여자 직장후배들이 ‘어머 멋져요’ 등등의 댓글을 달며 소위 ‘리액션’을 보낸단다.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인증샷’과 함께 올리고 그에 반응하는 여자 후배들과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그래서 말다툼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사연이었다. 남자친구는 ‘그게 왜 문제냐’면서 무시한다고 한다.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 데 터무니없이 질투를 한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오지 못하는 구세대적 사고라고 몰아붙였다고 한다. 그녀의 고민은 ‘남자친구의 이런 행동을 못 참는 자신이 잘못된 것이냐, 아니면 이런 남자친구는 그냥 헤어지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다. 상담 결과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당장 헤어지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여자친구와 공유해야 할 영역과 사회에서의 친구와 공유해야 할 영역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이 혁명적으로 확대되면서 ‘사적 영역의 과잉노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채널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전달할 수 있는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채널은 e-메일, 전화, SNS, 편지, 직접대면, 그리고 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접근도 쉬워졌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으며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적 영역의 이야기를 사적이지 않은 채널로,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확산시키도록 부추긴다.

한국에서 별 생각 없이 생활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데서 벗어나기 힘들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면 뉴스에서 자극적인 문구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유명 연예인의 공항 패션, 연애 이야기, 민낯 공개, 성형 고백 등이 하루에도 수십 건 게시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명인사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뉴스 제목으로 올라오는 것도 적지 않다. 제목에서는 ‘…하더니 결국’이라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심코 클릭하며 따라가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거의 매일, 많은 사람이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소모적이며 황폐한 행위로 몇 시간씩 허비한다.

사생활은 사적 영역에 두어야 한다. 설사 그 사람이 연예인이거나 유명인사라 할지라도 사적 영역은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 24시간 누군가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해야 한다면 삶이 너무 피폐하다. 내가 나인 시간.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미거나 신경을 쓴 모습이 아니라, 그냥 내 자신의 모습 그대로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 동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도 해야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고민도 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과 하나가 되어 교류하고 소통해야 살아간다. 동시에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아로서의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외면과 내면이 서로 팽팽하게 긴장하고, 또한 조화롭게 통합되기도 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과잉노출하고,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엿보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를 매우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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