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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 박희태에 분통...“돈봉투 끌어안고 총선 치르라고”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검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의장마저 ‘결자해지’를 뒤로 미룸에 따라, 자칫 돈봉투를 끌어안고 총선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 의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등 ‘국회의장’의 위상을 배려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박 의장의 입장표명 이후에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불만들을 털어놨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18일 비대위-중진 연석회의에 앞서 “기자회견 내용이 미흡하다”면서 “박 의장의 경륜에 걸맞게 조속한 결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아달라는 간접적 촉구 발언인 셈이다.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예비후보들의 물밑 기류는 더욱 절박하다.

한 예비후보는 “통상 총선 D-90일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박 의장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돈봉투의 뇌관이 조기에 제거되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은 ‘한나라=박희태=돈봉투’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박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돈봉투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의 불씨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박 의장은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5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면서 “연속된 선거와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해명했다.

한 당직자는 “의혹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책임질 위치에 있는 분이 모른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냐”며 “더군다나 선거를 다섯 번 치러서 (돈봉투 사건을) 모르겠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말했다.

박 의장이 비록 사죄하는 마음으로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는 ‘인심쓰듯’ 했지만, 역대 국회의장들이 관례적으로 차기 총선에 불출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의 진정성도 결여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선거도 선거지만, 당장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박 의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며 “국회의장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건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당 일각에서는 공식 창구를 통해 박 의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들린다.

이와 관련, 차명진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돈봉투가 왔다갔다 했으면, 그분도 사퇴하셔야죠”라며 박 의장의 공식 사퇴를 주장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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