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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km 사장님’으로 변신한 최연소 코스닥 CEO -이모션 정주형 대표
2002년 최연소 코스닥 CEO로 이름을 알린 정주형(39) 이모션 대표는 최근 ‘1km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정 대표와 신입사원 4명이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1km’이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사용자 수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사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해 신바람이 났다.

‘1km’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거리를 뜻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1km 앱을 통해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모임을 가질 수 있다.

정 대표에게 ‘1km’는 그 어떤 사업보다 각별하다.

다른 기업들의 웹 사이트를 만들어주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수익과 관계없이 결과물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km 사용자들 사이에 오가는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정 대표의 손을 놀 수 없게 만든다.

▶“누구나 소통하려는 욕구가 있죠”=“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국 우연이죠. 길에서 만나든 직장에서 만나든 어차피 다 우연이 아닐까요. 어디서 만나는 지가 아니라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누구에게나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다만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마땅치 않을 뿐이다. 정 대표도 하루 줄잡아 수십 명을 만나지만, 정작 제대로 대화할 기회는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도 있지만 ‘넓고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인에게 ‘친구’는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어려울 때 달려올 수 있는 존재인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트위터 친구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정 대표는 1km를 통해 소통에 대한 욕구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또 다른 소셜에는 없는 끈끈한 정과 같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자 했다.

광고비는 일절 쓰지 않았다. 광고나 언론 보도 등 인위적인 동력을 배제하고 얼만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만으로 회원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 중복 방문자를 제외한 순방문자 수(Unique Visitor)만 하루 10만 명에 이른다. 앱을 받은 10명 중 1명은 매일 ‘1km’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흔한 데이팅 앱이라고요? NO!=국내에서만 1km가 인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인들끼리 모여살지만 직접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해외 교민들에게 1km는 고마운 존재다. 

이모션 정주형대표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필리핀에 산다는 한 사용자는 “알고보니 필리핀에서도 1km를 하더군요. 필리핀뿐 아니라 약 2500km 떨어져있는 고국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라고 사용 후기를 남겼다.

물론 1km에는 남녀의 만남도 있다. 정 대표도 사용자들로부터 교제나 결혼 소식이 들려오면 흐뭇한 건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한 여성 회원이 자신의 프로필을 통해 ‘1km에서 만나 우리 결혼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1km에는 특별한 사연들이 많다.

한 회원은 1km를 통해 기부금을 모아 어려운 국가에 보냈다. 최근에는 모금 참여자들과 함께 해외 봉사를 나간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또 언어 장애가 있는 회원은 1km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하반신 장애가 있는 한 회원은 사용자들의 추천으로 ‘파퓰러(앱 내 인기인 소개 공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너광고 하나 없는 앱?= 1Km를 둘러보면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흔한 배너광고 하나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정 대표에게 ‘기둥 하나 뽑으신 거 아니냐’고 걱정 섞인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다.

물론, 대학생 때 벤처 기업을 만들어 16년이나 사업해 온 정 대표가 수익 모델을 고민하지 않았을리 없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수익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와의 관계, 사용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00만 명 이상이 되고 의도했던대로 사용 콘셉트가 잡히면 그때 수익 모델을 생각해보자고 미뤄왔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ㆍ사기업의 웹 사이트를 만들어 벌어들인 회사 수익으로 지난 1년 간 1Km 앱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서버 비용 등을 충당해왔다.

그러다보니 본이 아니게 ‘주경야경(晝耕夜耕)’형 CEO가 됐다. 낮에는 회사 업무를 보고 밤에는 1km를 관리하느라 새벽에 잠들곤 한다.

이모션 정주형대표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소셜에서 좋은 모습 끌어내는 게 우리 일”=최근 데이팅 앱을 비롯,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지구에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지구를 버릴 수는 없잖아요.”

물론 정 대표와 1km 팀도 사용 문화에 난감함을 느낄 때가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출하는 이들을 볼 때면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 대표의 생각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모습들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km 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관리하다 보니 앱 분위기도 정화돼 갔다.

요즘 청소년들은 일상 생활이나 모바일 메신저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욕설이 반이다. 1km에서는 인신공격과 욕설, 성적인 언어 등을 사용할 시에 제재가 가해진다.

1km 팀의 노력은 사용자들의 남녀 비율이 말해준다.

일반적인 데이팅 앱에서 남녀 사용자 비율을 보면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여성들에게 데이팅 앱은 여전히 불편한 공간이라는 얘기다.

1km는 정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여성 사용자 비중을 30% 가까이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직 10%도 안 보여드렸죠”= 정 대표는 얼마 전 아이폰을 업데이트 하면서 저장해둔 메모를 고스란히 날렸다. 날려버린 메모에 담긴 아이디어만 100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평소 1km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많다.

“아직 10%도 안 보여드린겁니다. 나머지 90%를 이제 준비해야죠. 한글 버전인데도 140개 국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제 각 언어별로도 만들고 각 지역별 문화도 만들어 가야겠죠.”

정 대표에게 지금 다른 앱을 만드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 당분간은 1km를 키우고 가꾸는 일에만 매진할 생각이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1km는 흔한 데이팅 앱이 아니다.

기혼자, 장년층 가릴 것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소셜 앱을 만들고 싶다. 그는 팍팍한 일상에 작은 기쁨을 줄 일들이 1km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모션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인테리어의 회의실이다. 페인트가 여기 저기 튀어있는 등, 팝아트적인 분위기의 회의실은 잠든 뇌를 자극하는 듯 하다. 또 벽면의 파이프와 원형의 의자들은 직원들 간에 둥글게 화합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 대표는 사무실도 ‘1km’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소셜’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라면 어떤 목표와 콘셉트를 가지고 공들여 가꿔야 제대로 갈 수 있다.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분위기가 나빠지곤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직원들과 밥을 먹는데 정 대표의 앞에 수저가 없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다. 일상적인 해프닝이지만 서로 간에 관심이 없어진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문득 1억 원을 들여서 직원들 여행 보내는 것도 좋지만, 매일 부딪히는 공간에서 서로 간의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정 대표는 사내 문화를 위한 매니저를 뽑고, 사무실 환경을 조성하는 데 틈틈히 투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내 카페도 문을 열었다. 전문 바리스타가 고급 커피전문점 부럽지 않은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만들어낸다.

물론 사내 카페도 직원들 간 소통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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