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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는 지금 자고나면 ‘이완용’ 탄생
한나라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표결 처리 방침을 굳힌 지난 18일 ‘이완용’은 역사책 밖으로 뛰어나와 여야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1905년 이완용 등 친일파의 강압 속에 을사늑약에 서명했던 역사의 비극을 잊지 말자며 순국선열의 날로 승화시킨 임시정부의 높은 뜻을, 한ㆍ미 FTA 논쟁 한가운데 선 오늘날 정치인들은 상대를 비난하는 소재로 거침없이 비하시켰다.

이날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완용은 100년이 돼도 죽일 놈으로 남아있다. 그 역시 당시에는 신념을 가졌겠지만, 지금은 비판받는 것 아니냐”며 “한ㆍ미 FTA 조약을 강행처리하는 건 주권을 팔아넘기는 이완용과 같은 것”이라고 한나라당과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완용’은 한ㆍ미 FTA 찬성론자를 공격하는 정 최고의원의 단골 소재다. 지난 10월에는 “국익을 대표하는 사람인지, 미국의 파견관인지,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알 수 없다”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완용’은 정 최고위원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2006년 한ㆍ미 FTA 협상이 처음 타결됐을 때 반대 시민단체들은 그의 지역구인 전주를 포함한 전국에서 ‘매국노’ ‘제2의 이완용’이란 문구가 적힌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장관들의 허수아비를 불태웠다. 정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지난 53년 동안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양자관계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일단 한ㆍ미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기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결국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미국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제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며 공개 반성해야만 했다. 스스로가 한때 ‘이완용’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이완용’에 빗댄 상대방 헐뜯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점거 중인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가 남경필 위원장을 향해 “이완용”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6월 반값등록금 혼선을 빚어낸 당 지도부를 향해 “이완용을 흔히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은 ‘망국노’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는다. 나라를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이완용 카드를 꺼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이완용’ 대열에 합류했다. 김 지사는 2006년 한 강연회에서 “내가 죽기 전 (우리 국민이) 중국, 러시아로 벌목하러, 몸 팔러 다니는 일이 생기면 나는 이완용보다 더 나쁜 놈이 되는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저보다 더 큰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더 나쁜 놈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수도를 이전하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을 이완용에 비유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나경원 전 의원은 브리핑 도중 “탈당 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본 얼굴이 더욱 진하게 드러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정당사의 이완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지금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전 지사를 비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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