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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원순표’ 파격 市政, 쇼보다 실적을
박원순 서울시장의 언행이 점입가경이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연일 파격 행진을 벌이고 있다. 16일 열린 취임식부터 유례 없는 온라인 형식으로 이뤄졌다. 혼자 마이크를 잡고 시장실 소개를 시작으로 국민의례, 취임선서, 질의응답 등 식순을 이끄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 시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예행연습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색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튀는 만큼 시정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서울시장 자리는 1000만 시민의 삶과 꿈,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권한과 책무를 지닌 막중한 요직이다. 제2 대통령이라고까지 하지 않는가. 엄숙한 취임식을 통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차질 없는 실천과 봉사를 약속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이고 조직에 대한 도리이다. 혹 비용 문제라면 조촐한 조회식이라도 괜찮았다. 탈권위를 고집한다고 해서 크게 나무랄 일은 못 된다. 하지만 그가 전일 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업무협력을 위해 만난 조찬 자리는 강남의 최고급 호텔이었다. 왜 구내식당을 피했는가.

파격도 지나치면 기행이 되고 기행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취임 전날 한 대학 특강에서는 등록금 인하 투쟁도 부족해 아예 철폐 투쟁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등 선진국의 무료 등록금 배경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고율의 세금부담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비싼 등록금에 대한 비판이 정도를 넘어 사실까지 비튼다면 선동가에 불과하다. 감옥에서 읽었던 책만큼 감동적으로 읽은 것은 없다며 감옥은 꼭 한번 가보길 권하기까지 했다. 무슨 죄를 짓고 대학생들에게 감옥 가길 권유하는가. 뜯어말려야 할 처지에 되레 투쟁을 선동하고, 범법행위로 구속수감을 독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뿐만 아니다. 일선 공무원들에게 순종은 싫어한다며 소통을 강조하고는 곧바로 다른 자리에서 그러나 대드는 사람 밉다고 한다면 누가 헷갈리지 않겠는가.

이런 이중성이 법 쪽으로 쏠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전임 시장 시절 하이페스티벌 개막식을 점거, 5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시위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시가 이기고도 돈(2억원) 대신 사과문 한 장으로 선처한 박 시장이다. 불법을 엄단하기는커녕 되레 용인한 꼴이다. 서울시장은 운동권인사나 투사가 아니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한입 두말’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상식에 맞는 정상적인 시정을 펼쳐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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