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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스式 혁신, 산업단지에서도 한창 진행중
고인이 됐지만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 경영철학은 지금도 우리 생활 곳곳에 살아 숨쉰다. 그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을 시장과 고객이 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잡스는 시장에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안기다시피 했다. 그 바탕에는 ‘소비자들이 원할 것’이라는 직관적 확신이 있었다.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이 그를 주로 움직였다.

근래 들어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기법인 CRM(고객관계관리) 측면에서 보면 감히 상상도 못할 방식이다. 기업이 고객과 관련된 안팎의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접근해도 모자랄 판에 ‘거만하게’ 고객에게 들이대다니?

아직도 건재한 수 억명의 ‘애플마니아’를 보면 잡스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신제품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다양한 기대를 표출하고, 제품 출시가 예정되면 수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비싸더라도 제품을 기꺼이 사고 마는 이런 ‘광기’는 도대체 어떤 기업, 어떤 CEO가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객은 여전히 죽은 잡스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애플의 제품에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잡스는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혁신을 통해 망해가던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의 유훈은 유효하게 행사되고 있다.

시야를 좁혀 우리나라도 돌아와 보자. 지난달 울산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상의 혁신, 역발상의 사업이 시작됐다. 생태산업단지(EIP) 구축을 추진 중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은 SK에너지, SK케미칼과 울산에 ‘스팀고속도로’를 만들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대기중으로 버려졌던 SK케미칼의 잉여스팀을 6㎞에 달하는 배관망을 통해 인근 용연산업단지로 보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업이다. 에너지 및 비용절감과 탄소감축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의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예전에는 관습대로 버려지던 잉여스팀이 타 기업에는 유용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스팀을 버리던 회사나 받는 회사가 모두 돈을 벌게 된 셈이기도 하다. 이 사업으로 연간 4900만t의 화석연료가 절약되고, 10만2000t의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를 감히 ‘잡스식 경영’이라고 칭해본다면 억지일까. 흔히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거창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혁명이라고 부르는 거창한 일들은 대부분 작은, 새로운 생각에서 시작된다. 달걀을 세우는데 한쪽 끝을 깨트리면 되듯 말이다.

잡스는 새로운 것을 발명했다기 보다는 생활속에 늘려 있는 아이디어를 조직하고 융합시켰다. 그리고는 또 의심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녹색산업단지 구축 역시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큰 돈을 들여 친환경 건축물을 만들고 첨단처리시설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앞의 사례와 같이 파이프만 돌려놔도 충분하다.

새로운 창조라는 목표가 세워졌다면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발상의 전환을 통한 혁신의 가능성은 도처에 늘브러져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시도들이 하나 둘 쌓여간다면 머지않아 우리 경제에는 거대한 창조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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