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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래 갖고 ‘조폭과 전쟁’ 해낼 수 있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25일 선언한 ‘조폭과의 전쟁’은 이벤트성 냄새가 짙다. 지난 21일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의 조직폭력배 난동에 대한 치안 부재 비난을 의식한 듯 “총을 쏴서라도 조폭 제압” “관리 대상 조폭 5400여명 생계 추적” 등 강경 방침을 쏟아낸 것은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면 모두가 헛말이다. 과거 이런 선언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반신반의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다.

우선 지금 같은 느슨한 경찰 기강으로 폭력배 소탕 ‘전쟁’을 제대로 치를지 의문이다. 경찰의 음주 교통사고와 폭행, 사건조작 및 사건무마 금품 수수는 예삿일이고, 이젠 장례식장 시신장사까지 할 정도로 곪았다. 특히 조폭들의 민생 위협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유흥업소ㆍ술집ㆍ노점상ㆍ건설현장 등의 이권 다툼부터 재벌 회장 청부폭행, 기업형 갈취 등 파렴치 범죄를 못 본 체하기 일쑤다. 이번 인천 패싸움만 해도 늑장 출동, 허위 축소 보고 등으로 얼룩졌다. 경찰총수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130여명 조폭들의 칼부림 난동을 알았다니 지휘체계마저 무너진 게 분명하다.

이는 경찰 수뇌부의 미온적인 사태 수습 관행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조 청장은 경쟁과 실적 잣대의 ‘성과주의’로 일관했다. 때문에 일선 경찰들은 자신들의 승진에 유리한 강력사건ㆍ기획수사만 중시, 민생 치안은 자연스레 실종됐다. 여기다 감찰 결과는 관련자 징계 등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정신이 팔려 내부 개혁을 외면했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내 탓이 아닌 남 탓만 하는 책임회피로는 경찰 기강을 세울 수 없다. 진짜 전쟁이라면 백전백패다.

조 청장부터 달라져야 한다. 경찰 상층부의 과감한 혁신과 국민 지지 없이는 경찰이 염원하는 명실상부한 수사 주체 도약은 기대난망이다. 더욱이 정권 교체 때마다 권력 실세들에게 접근하는 정치 경찰을 도려내야 한다. 이는 청장 스스로 책임을 지고 고강도 인적 쇄신과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이는 게 선결이다. 실추된 10만 경찰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조 청장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치안 실종에 책임이 없지 않다. 경찰 총수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고 대대적인 경찰 물갈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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