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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장일주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농업분야도‘핑크파워’필요하다
미국의 간판급 언론인인 클레어 십먼과 케이티 케이는 공동으로 저술한 ‘핑크 파워’에서 비즈니스 세계는 테스토스테론(남성의 완력)보다 에스트로겐(여성의 감성)이 효율적인 상황으로 바뀌고 있고, 여성의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핑크 파워’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직업군에서 여풍은 보편화돼 있다.
올 하반기 검찰 인사에서 대검찰청 대변인에 최초로 여성 검사가 임명되는 등 서울중앙지검 부장, 법무부 과장, 국제업무 담당 등 인품과 능력을 갖춘 우수한 여성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또 미국 패션브랜드 ‘포에버(Forever)21’의 장진숙 공동창업자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됐으며, 소녀시대와 카라 등 걸그룹들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음악시장을 지배해 나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워 그동안 여성들이 꺼렸던 농업 분야에도 핑크 파워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8월 농업연구직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최종합격자 29명 가운데 13명(44.8%)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여성 합격률 37.5%보다 7.3%포인트, 지난 2007년 41.7%보다 3.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10년 농림어업총조사 최종 집계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농업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농업인은 전체 농업인구의 51.2%로 남성 농업인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지난 20여년간 농업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었지만 여성 농업인은 오히려 늘고 있다.
사실 농업경영 합리화에 여성들의 기여도는 매우 크다. 섬세함 등 여성의 장점은 영농활동에서도 효과가 탁월하며, 이들은 또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여성 구매자가 대부분인 유통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농업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단적인 예가 이들에 대한 직업적 지위다. 이들 대부분은 직업인으로서 여성 농업인이 아니라 소득 없는 배우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보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정 관련 각종 위원회에 여성 참여비율이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농업 선진국들은 여성 농업인들을 경영주 혹은 공동 경영주로 인정하는 등 사회ㆍ경제적 지위를 보장한다. 프랑스는 여성 농업인을 농업임금근로자ㆍ농업경영주ㆍ공동농업경영주ㆍ가족종사자로 세분화해 의료보험ㆍ가족수당ㆍ연금ㆍ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달리 한다. 농가등록제를 실시하는 독일은 경영주뿐만 아니라 공동 경영주에 관한 사항도 함께 등록하도록 한다. 벨기에는 농지를 매매하거나 임차할 때 부부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덴마크는 부동산 권리 증서를 부부 공동명의로 등록해 재산ㆍ수입ㆍ부채를 균등하게 배분하도록 한다. 일본은 ‘가족경영협정’을 체결해 농업경영에 참여하는 여성 농업인에 대해 농업인연금, 농업개량자금 등의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성들의 부드럽고 섬세한 장점은 앞으로 농업 분야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한국 여성들의 ‘핑크 파워’가 농업 분야에서도 그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인프라스트럭처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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