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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도가니’가 주는 안도감과 자괴감
영화 고발에 나라가 들썩

뒤늦었지만 다행한 일

책ㆍ영화 나오기 전에

문제점 개선책 나왔어야





영화 ‘도가니’ 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광주광역시의 청각장애아학교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사회 각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의 설립자 가족, 교사 등이 장애아 학생을 수년 동안 성폭행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현직 복귀했다는 ‘영화 같은 현실’을 다뤄 많은 관객을 ‘분노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다. 사건이 언론에 의해 재조명받게 되자 경찰은 ‘재수사 방침’과 함께 ‘특수수사팀’을 꾸렸다. 광주교육청은 ‘인화학교’가 최근 신청한 ‘교명 변경 요청’을 거절했다. 공립장애인학교가 신설됨에 따라 인화학교는 사실상 폐교절차를 밟을 듯하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도 장애아동 성폭행에 대해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도가니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신임 대법원장은 문제의 영화를 관람하고 ‘더 이상 장애아동의 인권유린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사회복지시설 인권침해에 대한 일제 실태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는 경북 등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신고됐지만 제대로 조명되지도, 처리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가니’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때마침 정치의 계절을 맞아 더욱 거세게 불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 수준이 일부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유난히 열악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대통령 측근의 부패 및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부패의 도가니’ ‘비리의 도가니’라는 조어를 양산하면서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영화 ‘도가니’가 불러일으키는 후폭풍을 보면서 두 가지 상반된 감회가 가슴에 몰아친다. 먼저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나 다행’이라는 느낌이다. ‘도가니’ 영화가 아니었으면 이 모든 것이 묻혀 지나갈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장애인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피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피해자 부모가 합의했으므로 높은 형량을 주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부당하게 처리됐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부와 경찰은 장애인시설에 대한 객관적이며 면밀한 조사를 통해 ‘모범 시설’과 ‘문제 시설’을 잘 가려내야 할 것이다. 모범 시설은 장려하고, 문제 시설에 대해서는 재발방지 등 엄정한 법집행과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감회는 뒤늦게 책이나 영화로라도 조망되지 못한 무수한 문제점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자책감과 부끄러움이다. 작가 공지영이 마음먹고 소설로 고발을 했고,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또한 그 영화가 많은 관객의 마음을 울렸기에 이 같은 큰 파장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천신만고의 과정을 거친 끝에 국민적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봤어도 모른 체 넘어갔던 수많은 문제가 그냥 그대로 묻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도가니’를 놓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작은 타협’이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여 ‘사회적 불공정’이 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절감한다. 영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회의 부조리, 부당함을 적절하게 고쳐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제도개선 장치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설 출판되고, 영화 나오고, 그것이 히트하는 것까지 다 맞아야 사회적 이슈가 된다면 그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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