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비만兒에 ‘뚱뚱하다’ 자극은 역효과”
‘자식사랑은 팔불출’이라지만 비만인 자녀를 보고 누군가 “뚱뚱하다”는 말을 하면 기분이 상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미국에서 이를 증명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예일대 러드 식품정책ㆍ비만 센터의 레베카 펄(Puhl) 박사팀은 학부모 445명을 대상으로 체중을 묘사하는 의료진의 언어 사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몸무게’ ‘체질량지수(BMI)’ ‘오동통’ ‘뚱뚱’ ‘비만’ 등 단어 10개를 주고 학부모들의 선호도를 알아봤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몸무게’ ‘BMI’란 단어를 선호하는 반면 ‘뚱뚱’, ‘비만’ 등의 단어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과체중인 자녀를 적어도 한 명 이상 두고 있는 학부모(전체 조사대상의 44%)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이 나타났으며 이들은 ‘과체중’이나 ‘비만’에 큰 거부감을 보이는 대신 ‘높은 BMI’ ‘건강하지 않은 몸무게’ 등을 선호했다. 이를 테면, 비만아동의 부모들은 의료진이 “아드님의 비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얘기해 볼까요?”라고 하는 것보다 “아드님의 건강하지 않은 체중문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라고 할 때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또 ‘자녀가 체중문제로 의료진의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상처받았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이 의료진에게 직접 언어사용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고 35%는 아예 의료진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이럴 경우 자녀에게 엄격한 다이어트를 시키겠는가라는 질문에는 36%만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이 언어로 자극을 주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영국 보건장관은 비만 환자들에 체중을 줄이도록 자극하는 방법으로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뚱뚱하다”고 대놓고 말하도록 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펄 박사는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현대사회에서 의료진조차 과체중인 사람들을 게으르고 자기절제가 부족한 사람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큰 실수”라면서 “아이나 어른이나 상처를 받으면 더 움츠러들어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 안으로 숨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비만 아동에게는 언어사용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펄 박사는 “비만 아동과 부모가 ‘뚱뚱하다’는 말을 경멸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의료진은 진료에 앞서 환자와 단어선택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현재 미국은 아동 세 명 중 한 명이 과체중 이상에 속하고 고도비만 아동도 약 200만 명이 넘을 만큼 아동비만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널 소아과학(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