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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싱글이다” 소외받는 미혼의 그늘
이번주 이름도 낯선 축제가 미국에서 열렸다. ‘전미 독신ㆍ미혼인 주간’(National Single and Unmarried Americans Week). 자녀가 있건 없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축제를 통해 미국에서 기혼자에 비해 쉽게 간과되는 싱글들의 문제를 재조명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성커플 결혼운동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오히려 싱글들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은 전무하다는 게 요지다.

미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성인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1억명의 사람이 미혼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책적ㆍ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직계가족이 아플 때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가족의료휴가법이나 보험료 할인 등은 기혼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최근엔 동성커플의 결혼을 허락하자는 결혼평등운동이 벌어지는 등 성적 정체성을 막론하고 기혼자들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앰허스트에 위치한 메사추세츠 대학의 사회학자 나오미 거스텔 교수는 “인구의 상당한 숫자가 미혼이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운동은 기혼자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혼자들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스텔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혼자들이 기혼자들보다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거스텔 교수가 이번주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68%가 자신의 부모에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미혼 여성은 84%가 그렇다고 있다고 답했다. 남성에선 더욱 확연한 차이가 났다. 미혼 남성의 67%가 자신의 부모를 돌보고 있다고 답한 반면 기혼 남성의 응답률은 38%에 그쳤다. 거스텔 교수는 “아이가 있건 없건 미혼인이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보살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혼자들은 형제, 조카, 사촌 등 친척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지역사회와 연결된 자원봉사 등에 참가하는 비율도 높았다. 미국의 미혼자 5명 중 1명 꼴로 결손가정 아동들에 학습지도나 불우이웃을 위한 모금활동, 음식배분 등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혼자들은 자녀와 관련된 활동 외에는 이렇다 할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당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도 미혼자들이 훨씬 높았다.



미국에서 미혼자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 중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늦게 결혼하는 비율이 높고 이혼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수명이 늘면서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들의 숫자가 는 것도 한 몫 한다. 실제로 미혼자 6분의1 정도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미혼자 8분의1가량은 혼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 싱글대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결혼에 대한 압박이 여전하며 특히 여성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미주리 대학과 텍사스공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대 중산층 여성 32명을 면접한 결과 대다수가 미혼이라는 사실에 상실감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미주리 대학의 로렌스 가뇽 박사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들도 결혼을 안 했다는 사실을 짐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UC산타바버라 대학의 벨라 드파울로 방문교수는 사회의 싱글에 대한 차별을 ‘싱글리즘’(Singlism)이란 용어로 지칭했다. 드파울로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가족의료휴가법을 들면서 “왜 기혼자가 아플 때만 가족이 가서 돌보도록 하느냐”면서 “독신이나 미혼자가 아플 때도 형제ㆍ자매나 조카, 친한친구 등이 가서 돌보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현대가족협회의 스테파니 쿤츠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들이 독신이나 미혼자들의 필요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도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싱글들은 뭔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여전히 있다”면서 “싱글들은 우리 사회와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정책적으로도 이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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