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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vel]하늘 아래 가을이 먼저 내리는 땅…강원도 태백
[태백=임희윤 기자] 38번 국도를 타고 달리며 먼 산에 자욱한 안개를 바라본다. 희뿌연 운무 사이로 녹색 봉우리들이 아련하다. 도로 왼편을 따라서는 연보랏빛 꽃을 피운 벌개미취가 마중 나왔다. 35번 국도로 접어든다. 매봉산 가는 길.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갈라진다는 ‘삼수령(三水嶺)’을 넘자 플라스틱 상자를 직육면체로 가득 탑재한 5t 트럭이 이따금 반대편 차선으로 다가왔다 사라진다. 고랭지배추를 실어 나르는 차다. 이윽고 산등성이, 평지 할 것 없이 배추밭이 지독한 초록을 피워 올리며 앞다퉈 나타난다. 여기는 태백이다.

시청 관광축제담당 이정우 계장은 요 며칠 산지가 아닌 태백시내에서도 슬슬 온돌을 때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했다. 위도가 높은 데다 고지인 관계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가을이 찾아오는 땅 중 하나다.


▶첩첩이 배추의 능선… ‘배추고도’ 귀네미마을=배추밭이 여기저기 알알이 들어찬 곳을 지나 ‘귀네미마을’로 들어간다. 얼마 전 KBS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촬영하고 나서 이곳 주가가 더욱 올랐다. 촬영지임을 알리는 마을 초입의 안내판을 뒤로하고 1차선 도로를 4㎞쯤 타고 오르자 ‘배추고도’ 귀네미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네미는 ‘소 귀를 닮은 골짜기’라는 뜻. 1985년 당시 인근 삼척 광동댐 수몰지구의 37가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집단 이주한 곳이다. 당시에는 숲이 꽉 들어찬 산중이었는데 어렵사리 개간을 해 현재의 고랭지배추 명소로 일궜다.

민가를 지나 더 오르면 장관을 만난다. 덕황산 자락의 해발 1100m 고지. 이곳은 지금 첩첩이 배추의 능선이다. 큰 수박만 한 배추들은 포기마다 초록 잎사귀를 동심원으로 펼치고 알알이 들어차 군락을 이뤘다. 묵밭의 잡풀 꽃마저 배추와 어우러져 색의 하모니를 낸다. 도시 사람들은 모르고 지내는 이곳에서 그들은 저마다 무럭무럭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피워냈다. 그리고 도시로 배달돼 사람들의 양식이 될 것이다.

내려오는 국도변에는 자작나무, 벌개미취, 원추리가 흰색, 연보라색, 노란색으로 모여 팔레트를 펼쳐놨다.

▶가장 높은 곳에 똬리 튼 깊은 샘과 굴… 황지와 용연동굴=식사를 해결하러 태백시내로 들어가며 시내 중심부에 공원 형태로 조성돼 있는 ‘황지연못’을 찾았다. 낙동강 1300리 물길이 발원한 곳. 둘레 100m의 이 작고 평화로운 못에서 하루 5000t의 물이 뿜어져 나온다니, 왠지 아득한 경외가 든다.


‘용연동굴’은 해발 920m에 위치한, 국내 최고지 동굴이다. 3억~1억5000만년 전에 생성됐다. 원래 물이 없는 건식 동굴이지만 최근 굴 안에 물을 들여 분수 등 볼거리를 만들어놨다. 동굴 중앙에 있는 폭 50m, 길이 130m의 대형 광장과 리듬 분수가 그것이다.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이 재미를 더한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 구간은 앙증맞은 ‘용연열차’도 운행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인근 태백 ‘고생대 자연사박물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 ‘추전역’도 인근이다. 태백에서 백두대간을 휘돌아 영월, 정선으로 넘어가는 414번 도로, ‘만항재’ 드라이브 코스를 돌아보는 것도 가을 정취를 조금 먼저 호흡해보는 방법이다.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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