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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1초의 역사’ 육상 남자 100m
10초 벽 넘기까지 60년

바람·반응속도·근육·청각

모든 상황이 변수로 작용

한국기록 보유자 김국영

아직은 10초23 머물러

세계기록과는 큰 격차


그들의 한 걸음, 그들의 0.01초는 곧 역사다. 

육상경기 중 가장 빨리 끝나는 남자 100m는 흔히 ‘10초 드라마’로 불린다. 가장 짧지만, 그 기록을 세우기 위해 그들이 거쳐온 가시밭길은 대하소설을 방불케 한다.

인류가, 불가능할 것 같던 10초의 벽을 넘는 데는 무려 50여년이 걸렸다. 10초의 벽을 넘은 뒤에도 9초58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가 0.42초를 앞당기는 데까지 무려 40여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번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하이라이트 역시 볼트가 출전하는 남자 100m다. 볼트가 과연 또 한번 인간의 한계를 넘어 9초50의 벽을 허물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기록 경신이 이뤄지지 않거나, 경신된다고 하더라도 결승점을 향한 그들의 숨막히는 레이스는 인간의 몸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공식 계측이래 10초벽 넘는데 반백년=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짐 하인스가 9초95의 기록으로 ‘마의 10초 벽’을 허물기 전까지 100m 경기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10초 벽 돌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1906년 공식 계측 이후 1968년 하인스의 신기록 수립까지 무려 60여년이 걸렸다. 또 9초9의 벽은 23년 만에 칼 루이스, 9초8의 벽은 8년 만에 모리스 그린에 의해 깨졌다.

이번 대구대회에선 100m 경기의 다음 목표인 9초 5의 벽 허물기가 가능할지 전 세계 스포츠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볼트에게 걸린 기대가 크다. 그가 등장한 이래 기록단축의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8년 혜성같이 등장한 볼트는 9초72를 기록하고 1년 3개월 만에 다시 0.14초나 앞당겼다. 또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나흘 간격으로 갈아치웠다.

일본 스포츠 과학자들은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만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합해 본 결과 인간 한계를 9초50이라고 전망했다. 볼트는 이 수치에 이미 100분의 8초 차이로 따라붙었다.

▶보통사람 숨 세 번 쉴 때 결과 결정되는 100m 경기, 바람, 근육 모든 게 변수=0.01초차로 순위가 갈리는 100m 경기는 바람, 출발 반응속도, 청각, 근육 등 모든 게 변수다. 그 중에서 가장 통제가 힘든 게 바로 바람이다.

보통 뒷바람이 초속 2m면 바람이 전혀 없을 때에 비해 남자는 0.1초, 여자는 0.12초 효과를 본다. 청각과 반응속도 역시 변수로, 출발 신호를 듣고 근육을 움직이기까지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보통 속도는 최소 0.1초로 신호가 뇌까지 가는 데 0.08초, 근육의 반응을 0.02초로 잡는다.

사용 근육도 저마다 다르다. 짧은 시간에 강한 힘을 발휘하는 근육(백근섬유)과 오랜 시간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적근섬유)이 따로 있다.

단거리는 근육의 순간적인 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100m 선수들이 마라톤 선수와 달리 근육질을 가진 것은 이같은 이유다. 단거리는 순간적인 힘이 중요해 무산소 운동에 가깝다. 육상에서 유난히 많은 금메달을 따고 있는 자메이카인의 근육에는 단거리를 잘할 수 있는 유전자적인 요소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美 로저스ㆍ게이 줄줄이 불참…자메이카 집안싸움 구도=이번 대구대회 남자 100m는 우사인 볼트(25)와 아사파 파월(29) 간 자메이카 집안싸움 구도로 결론이 났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여러 이유로 줄줄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볼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9초69 기록을 가진 타이슨 게이(29ㆍ미국)도 고관절 수술로 이번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마이크 로저스(26ㆍ미국)는 도핑 검사에 적발돼 제외됐다.

물론 볼트의 맞상대인 파월은 만만치 않은 도전자다. 과거 2005년 남자 육상 100m에서 9초77, 2년 뒤엔 9초74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볼트에 앞서 전성기를 누렸던 저력을 가지고 있다. 파월은 이번 대회를 통해 2인자의 설움을 씻겠다는 각오다. 특히 올 시즌 성적표만 놓고 보면 파월은 9초78로 볼트에 0.1초 앞선 세계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다.

볼트가 이번 대회에서 부상 후유증 극복이라는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파월은 최근 성적표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아직 10초대 세계기록과는 큰 차이=김국영(20)은 지난해 6월 10초23으로 31년 만에 한국기록을 경신했지만 세계기록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전기록은 서말구(57)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것으로, 1979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에서 10초34로 골인했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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