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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모던록계의 ‘올드보이’, 에브리싱글데이의 귀환 이야기
인디 판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십센치 같은 대어가 나온 건 요즘 얘기다.

3인조 록 밴드 에브리싱글데이는 인디의 배고프던 시절을 고스란히 겪었다. 델리스파이스와 함께 국내 1세대 모던록 밴드로 불렸지만 ‘월계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찌감치 수준 높은 음악을 선보였어도 주류와의 사이에 놓인 철책선을 휘게 만들 만큼 폭발적인 히트곡들(예를 들면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나 ‘고백’같은)을 양산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팬덤의 지지 속에 그들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내놨다. 기회는 왔다.

리더 문성남(보컬ㆍ베이스)이 지난해와 올해 각각 인기를 모은 드라마 ‘파스타’ ‘마이프린세스’의 음악감독을 맡은 거다. 드라마 히트와 함께 여기 수록된 에브리싱글데이의 곡들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극 중 자주 울려퍼진 ‘Lucky Day’ 같은 곡이 대중들의 귀에 가 닿았다. 문성남은 지난해 장편영화 ‘레인보우’의 음악감독까지 맡으면서 인디 신과 멀어지는 듯 보였다.

나이 든 소년은 다시 기타를 잡았다. 지난달, 3년 만의 정규 앨범이 되는 5집 ‘Moment’를 내놓은 에브리싱글데이는 지난 12일 단독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광화문에서 만난 문성남은 부산 사나이답게 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놨다. “음악감독 전업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밴드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됐어요. 20대 때는 쪼그만 방에서 같이 라면 끓여 먹고, 눈앞이 깜깜했는데. 이제 먹고 사는 법은 배웠으니까.”

메이저 드라마 음악감독의 경험이 거친 밴드 사운드를 갉아먹었을까. 음반을 들어보면 답이 나온다. ‘No’다. 첫 곡 ‘날개’부터 거친 록 기타 사운드와 명쾌한 후렴구가 스피커 밖으로 쏟아진다. “록은 라이브잖아요.”



음악감독 경험은 사운드가 아닌 작업 방식에 영향을 줬다. “이번엔 인터넷을 통해 각자 아이디어를 공유해 빠른 시간에 기본 골격을 완성했죠.”(김효영ㆍ드럼)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이 너무 급한 걸 요구하다 보니 그런 작업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밴드 작업엔 약간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합주실에서 싸울 일도 없어졌고요.(웃음)”(문성남)

고집스러운 이들은 요사이 대우 받는 인디 신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린 우리 음악을 한다”고 했다. 여전히 꿈은 ‘록스타’라고. “아직 꿈꾸고 있어요.”(정재우)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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