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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종사 빼가기 과열…항공사, 정부에 SOS
대형사 신규취항·저가항공 사세확장

항공산업 급성장에 파일럿 태부족

업체간 스카우트戰 과열양상


업계 “교통정리 해달라” 하소연

정부 “이직은 개인 선택” 선그어


조종사 인력 수급 문제가 항공업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 항공사가 신규 취항을 늘리고 저가 항공사가 사세를 넓히면서 업체마다 조종사 수급 문제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국내외 항공사 간 조종사 모시기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터지면서 업계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장하는 등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최근 에어부산과 진에어 간 ‘조종사 빼가기’를 둘러싼 설전 이면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조종사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에어부산은 부기장급 조종사 2명이 최근 사직서를 내고 진에어를 옮겼다며, 진에어가 조종사 인력을 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에어는 사전에 접촉한 인원이 아니라 공개 수시채용에 스스로 조종사가 지원했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뿐 아니라 최근 신규취항을 늘리고 있는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를 영입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쳐 국내 항공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이 같은 논란을 두고 빠르게 늘고 있는 조종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항에 운항한 총 항공편수는 17만여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00여편이 증가했다. 특히 저가항공의 저변 확대는 조종사 수요를 더욱 늘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이 약 4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용객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량 상승했다.

항공업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조종사 공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신규 충원된 조종사는 432명이며 향후 4년간 1600명 내외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기준 항공운송사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조종사는 4200여명으로, 4년 내에 현재 전체 조종사의 3분의 1가량의 인원을 새롭게 충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도 조종사 수급 문제를 고려해 기존 공군사관학교, 비행전문기관 등 외에 새롭게 울진에 조종사 양성 교육장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올해 70여명의 조종사가 배출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매년 배출 조종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암묵적으로 업체 간 일정 기간 동안 조종사를 스카우트하지 말라는 원칙이라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조종사 부족이 심해지면 중소 항공사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업체 간 비효율적인 경쟁만 가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시장 논리에 관여하는 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접촉 등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직이 조종사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기 힘들다”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경력에 따라 항공사를 옮겨가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윤정희ㆍ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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