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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억 총인구의 6%가 黨員…거미줄 조직력이 국가운영 ‘핵’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충칭(重慶)시 윈양(雲陽)현에 살고 있는 농민 황셴춘은 올해 92세다. 황은 국민당 군대에 징집됐다가 소속 부대의 투항으로 인민해방군 병사가 됐다. 그때 당원이 될 것을 결심하고 첫 입당 신청을 했다. 그러나 황이 한국전쟁에 지원하면서 신청은 흐지부지됐다.

참전 중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산당의 ‘공평무사’에 새삼 감동했다. 이에 그는 두 번째 입당 신청을 했으나 추천인과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고향의 밀가루공장에서 일하다가 세 번째 신청을 했지만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불면서 기회를 놓쳤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난해 그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네 번째 입당을 신청했고 1년 뒤인 92세에 마침내 정식 당원이 됐다.

최근 런민르바오와 신화통신이 ‘60년에 걸친 입당의 길’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황셴춘의 사연이다.


당원 57명서 8026만명으로

기층조직만 370여만개 육박


덩샤오핑發 개혁개방 효과적

GDP세계2위 성장 일등공신


유능한 관료 학습능력 탁월

권력분점 갈등·대립 잠재워

▶13명으로 시작된 공산당, 중국을 G2로=황셴춘이 평생 가입을 꿈꿨던 중국 공산당. 그렇지만 공산당의 출발은 초라했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上海) 프랑스 조계지의 작은 단층 벽돌 건물에서 첫 대회가 열렸을 때 13명의 대표가 참석했고 전국의 당원 수는 57명에 불과했다.

‘작시야간, 장필야거(作始也簡, 將畢也鉅ㆍ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상하이 ‘중공 1대 회의터’ 기념관에 걸려 있는 휘호다.

공산당 창당 발기인 중 한 명인 둥비우(董必武)가 쓴 이 글은 초창기 당원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둥비우의 희망이 이뤄진 것일까. 90년이 흐른 지금 올해 중국 공산당은 세계 최대 정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 공산당원은 8026만9000명으로 13억 인구의 6%가 당원이다.

중국을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공산당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외환 보유액 세계 1위, 무역 규모 세계 1위, 미국에 이어 GDP 세계 2위로 대변되는 ‘중화(中華)’의 모습을 세계에 내보였다.

▶성장의 비결은=중국 공산당은 과거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과 같은 과오를 저질러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지도력을 발휘하며 중국을 눈부시게 성장시켰다. 그렇다면 공산당 90년 장수의 비결은 무엇이고, 왜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첫째로는 손오공 같은 변신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발전을 위해서는 당의 이데올로기도 시대 흐름에 맞춰 ‘사상을 해방’시켜 왔다.

마오쩌둥 사상을 기반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거론하며 개혁개방에 나섰다.

장쩌민(江澤民)은 당이 농민ㆍ노동자뿐 아니라 자본가와 지식인의 근본이익을 대표한다는 ‘3개 대표론’을 제시하며 자본가까지 당원으로 받아들였다.

후진타오(胡錦濤)는 빈부 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 불안이 커지자 조화사회 건설을 위한 ‘과학적 발전관’을 주창했다.

이처럼 공산당은 기존 사상과 이론을 뒤집거나 배척하지 않고 계승ㆍ발전시키거나 재해석해 왔다.

둘째 비결은 강력한 조직력과 철저한 권력 장악에서 찾을 수 있다. 공산당 조직은 13억명 중국인 사이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현재 중국을 떠받치고 있는 공산당 기층 조직만 370여만개에 달한다. 당 중앙조직부는 인사권을 장악하면서 단단한 조직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산당은 국가 전체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집단지도 체제의 정착과 유능한 관료 그리고 지속적인 학습도 공산당 성공의 비결이다.

현재 중국의 주요 정책과 의사 결정은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권력분점은 지배계층 내부 갈등과 대립을 해소시킬 수 있는 동시에 국민의 변화 욕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당의 리더들은 토너먼트식 경쟁을 통해 최고를 가린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하는 ‘정치 신데렐라’는 없다. 이들은 공산당의 치밀한 인재 발탁과 인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검증을 받고 경쟁을 벌인다.

지도자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 장관급이나 차관급 모두 새 내각의 구성원이라면 중앙당교(中央黨校)에 입교해 강도 높은 합숙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바탕을 갖고 중국 공산당이 현재까지 중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10년 후 창당 100주년을 바라보며 세계 1위의 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이 풀어야 할 과제는 빠른 시대 변화만큼 다양하게 쌓여 있다.

‘만리장성’을 쌓는 것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창대’해지기 위해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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