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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고진 극~뽁 “나, 차승원이야”
콧대높은 나르시스트서 로맨스의 대명사로…‘싱크로율 100%’ 실제같은 연기 그 뒷이야기를 말하다
구애정과 알콩달콩‘ 최고의 사랑’

‘극뽁’으로 사랑 키우고

‘충전’으로 교감하며 해피엔딩

욕먹기 딱좋은 비호감 역할

서툰 사랑이 되레 박수받아

감자놓고 “너 싹났구나”

작가 홍자매 상상력에 감탄

다음 작품보다 가족이 우선

가을 막내딸 운동회 가야해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막을 내렸지만, TV 오락프로그램, 광고부터 일상적인 대화까지 올여름은 ‘독고진 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할 만하다. 드라마에서 독고진은 비호감 스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를 만나 ‘띵똥’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사랑을 시작했다. ‘극뽁~’을 입에 달고 구애정(공효진 분)에 대한 연민을 키웠고, ‘충전’으로 교감하며 유쾌한 해피엔딩으로 여운을 남겼다. 배우 차승원은 지난 23일 종영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마치 처음부터 ‘독고진’으로 살았던 것처럼 싱크로율 100%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선뜻 말 걸기 쉽지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언제 망가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단번에 부담감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기상천외한 웃음코드를 꺼내놓곤 한다. ‘최고의 사랑’ 이후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달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극중 ‘독고진’의 인기를 현실에서 실감하고 있다. 장맛비가 하루 종일 내린 29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은 패션모델 출신답게 깔끔한 흰색 티셔츠에 블랙 팬츠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드라마 끝난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일주일밖에 안 됐네요”라며, “좋은 글과 소통이 배우를 연기에 몰입하게 하는 것 같다”며 드라마의 성공을 작가 홍정은, 홍미란 자매와 박홍균 감독에게 돌렸다.

-인기가 대단하다.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알고 보면 독고진이야말로 비호감 캐릭터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독선에 가식적인 톱스타 역이라고 해서 자칫 내가 비호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웃음) 감독님과 첫 대면 후 촬영 내내 어떻게 드라마를 이끌고 가야 할지 무수히 많은 통화를 했다. 캐스팅 후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나쁜 남자’를 매력 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건 배우인 내 몫이었다. (공)효진이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 회가 거듭되면 자연스럽게 커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무엇보다 작가를 믿었고, 작가, 감독도 나를 믿어줬다. 자작 애드리브를 해놓곤, 편집실에서 ‘이거 오버한 거 아니냐’고 물어본 적도 많다.

-유행어 ‘띵똥’을 탄생시킨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를 명장면으로 꼽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독고진은 사실 배우에겐 위험한 캐릭터다.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 에피소드는 앞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사하면서 동시에 안하무인 독고진에게 호감도를 부여하는 터닝포인트였다. 편집실에서 필름을 볼 때에도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띵똥’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 안심했다. 8부인가, 심장이 노래 때문에 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장면도 좋다. 

배우 차승원은‘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 역을 맡으면서,‘ 나쁜 남자’를 매력 있는 인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트렌디물의 대가라는 홍자매의 드라마에 처음 출연했는데, 다른 작품들과 어떤 점이 달랐나.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드라마에서 아역 양한열을 등장시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시킨 거나, 감자를 두고 “너 싹 났구나”라며 의인화시키는 아이디어는 정말 놀랍다. 동백꽃, 진달래, 뽀로로 등 로맨스 코드를 위한 장치들이 기발하다.

-차승원에게 배우란.

▶더스틴 호프먼, 존 보이트가 출연한 영화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보고, 좋은 배우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배우에게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내 몸을 사용해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알고 보면 붕 떠 있는 허상이다. 드라마는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내 경우는 연기를 할 때 테크닉을 터부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편이다. 대본 한 권을 완벽하게 외워야 연기가 풀린다. 이번 드라마에는 대사가 정말 많았는데, 특히 16부는 진땀을 뺐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소’자 수염을 깨끗이 면도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누구 아이디어였나.

▶홍미란 작가가 하루는 조심스레 수염을 깎아도 되겠냐고 물어보기에, 시원하게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깎고 싶었는데, 구애정 때문이라면 못할 게 없는 독고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염을 깎으면서 사실 걱정도 됐지만 인조수염도 좋더라. 싼타페 CF와 섹션TV연예에 나온 수염은 가짜다.

-독고진 이전에 차승원이란 배우를 잘 표현한 작품은.

▶‘시티홀’ ‘박수칠 때 떠나라’ 같은? ‘최고의 사랑’처럼 좋은 글이 좋은 배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생명력 있는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렇지 않은 경우 뭔가 만들려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만다.

-로맨틱 코미디도 했는데, 멜로 연기에 도전해볼 생각은.

▶로맨스는 ‘최고의 사랑’이 내 한계다. 통속 멜로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도 못할 거 같다. 고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가장 흥미롭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사랑 아닌가.

-체력관리는 어떻게 했나

▶솔직히 비타민을 무지 많이 먹었다. 식사도 꼬박꼬박 챙겼다. 또 한 가지 털어놓자면 이번 작품에서 난생처음으로 공진단을 먹어봤다. ‘아무나’ 한의사가 직접 지어준 것은 아니지만(웃음).

-소문난 패밀리맨인데, 작년부터 유독 늘어난 키스신 때문에 가족 눈치 보느라 당황한 적은 없는지.

▶절대 없다. 오히려 드라마 끝난 후 가족들부터 매니저 김재석 씨까지 주변 사람도 화제에 오르고 있어 피해가 가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 미안하다.

이경희 선임기자/ice@heraldcorp.com


심각·코믹연기 동시에 소화하는 야누스

충무로도 인정한 ‘변신의 귀재’

차승원은 뛰어난 코미디 배우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한 역할도 잘 소화해낸다. 코믹함과 진지함, 두 개의 아바타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몇 안되는 충무로 배우가 차승원이다.

2003년 ‘선생 김봉두’가 크게 성공한 후부터는 심각한 연기쪽으로 추가 기울어졌다. 장르적으로는 휴먼드라마에서 스릴러, 사극액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조선시대 수사관(‘혈의 누’), 인민군 장교(‘포화속으로’), 테러조직 리더(‘아테나-전쟁의 신’), 세상을 뒤엎으려는 왕족의 서얼(‘구르믈 버서난 달’) 등 심각한 배역을 경험했다. 어느덧 근 20년의 연기 내공과 삶의 경험까지 더해져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정도로 무러익었다.


하지만 차승원은 코미디 연기에서 한국 최고임이 새삼 증명됐다. 독고진으로 나온 ‘최고의 사랑’에서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 “나 독고진이야”라며 거드림 피우는 말투가 잘 어울렸다.

구애정(공효진)의 조카 형규, 일명 ‘띵똥’과도 최고의 호흡을 맞췄다. 차승원은 띵똥과 너무 잘 놀았다. 독고진은 아이언맨, 띵똥은 스파이더맨이라고 하면서 슈퍼 히어로 놀이를 즐겼다. 독고진은 유치하고 찌질할지언정 절대 밉상은 아니었다.

‘최고의 사랑’에서 톱스타지만 찌질했던 독고진은 후반부들어 멋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톱스타가 지닌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돼 있었다.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다. 코믹한 차승원이 심각해졌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시청자들은 독고진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 작품에서 웃기다가 심각해져도 어울리는 역할로 차승원을 따라갈 배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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