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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헤지펀드, 탄생은 하겠지만…
금융당국이 연내 헤지펀드 도입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법 개정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시행령을 뜯어 고쳐서라도 일단 도입해 놓고 보겠다는 것.

그런데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 정도의 진입장벽을 두고서는 경쟁력있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탄생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안과 미래’ 세미나에서 “헤지펀드 도입이 더 이상 늦춰지지 않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에 앞서 일부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서는 법적 체제를 완비해야 한다. 그러나 입법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만큼 시행령 개정이라는 비상수단을 통해서라도 헤지펀드 도입을 연내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회가 될 때 시장과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한국도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장 필요한 금융상품이 바로 헤지펀드”라고 강조했다.

통상 시행령 개정에 2∼3개월, 인가에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4~6개월 뒤에 한국형 헤지펀드가 탄생할 수 있다.

멍석은 깔렸다. 그러나 구체적인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당국ㆍ학계와 업계의 시각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세미나 주제 발표 이후 펼쳐진 토론에서 업계는 “헤지펀드를 하지 말라는 말이나 같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사모펀드(PEF)를 기준으로 헤지펀드 역시 개인투자자들 진입 기준을 최소 투자금액 5~10억원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서정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한 헤지펀드에 5~10억원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금융자산이 100~200억원 정도 돼야 가능하다. 시장이 열린다 해도 실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금 기준이라면 1~2억원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기준을 낮춰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확대될 수록 투자자보호를 위해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헤지펀드의 특성이 축소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운용업자도 높은 수준의 인가요건이 제시됐다. 당국 생각은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 다소 높은 수준의 인가요건을 설정하고, 향후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규봉 가울투자자문 대표는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도입 초기에 진입 규제를 낮춰서 가능한한 많은 금융회사들이 헤지펀드 운용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관리감독이나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헤지펀드 도입은 우리보다 십여년 가량 앞섰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시장은 죽어있는 상태다.

차입한도(레버리지) 비율 400%도 업계 시각에선 불충분하다. 헤지펀드가 아니더라도 이미 선물투자 레버리지는 600~700%에 이른다.

헤지펀드 활성화가 가능할 만큼 전문인력이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삼영 미국 롱아일랜드대학교 교수는 “헤지펀드 도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헤지펀드들과 무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경쟁력 쌓을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에는 관련 인력이 너무 없다. 이에 대해서도 준비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hugahn>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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