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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주목할 만한 시선賞, 휠라·미래에셋
전쟁같은 M&A 경쟁서

글로벌 거인들에 승리

칸 영화제 ‘주목할…’ 수상격

대상은 아직 갈길 멀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의 최고 상은 ‘황금종려상(Parme d’Or)’이다. 그런데 이 상을 받은 많은 작품들의 감독들은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을 통해 예술성을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1975년 ‘풍부한 눈(Les Yeux Fertiles)’, 1976년 ‘시간의 기류(L’Air du Temps)’, 1977년 ‘복합과거(Passe Compose)’ 등이 잇따라 창설된 비경쟁 부문은 1978년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으로 통합된다.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은 지난 20일 미국 골프업체 인수 소식에 적잖이 고무된 모습이다. 그럴 만하다. 전쟁에 비유할 만한 인수ㆍ합병(M&A) 경쟁에서 글로벌 거인들을 물리치고 거둔 승리이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로 비유해 축하하자면 주목할 만한 시선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21세기 들어 산업계와 증권계에서 글로벌화의 선봉을 자처해온 윤윤수ㆍ박현주 두 오너경영인이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경험과 미래에셋의 투자능력, 그리고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수출로 쌓은 국내의 부가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한국의 먹을거리를 찾아나선 첫 시도다. 그동안 제조업 간, 금융업 간 글로벌 M&A가 있었지만 제조와 금융, 그리고 연기금까지 주주로 합세한 글로벌 M&A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황금종려상은 안 될까? 아직 남은 과제가 꽤 많다.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포춘 브랜드의 골프사업 부문은 단연 글로벌 1위다. 그런데 규모를 보면 연간 매출 12억달러, 영업이익 9000만달러 정도다. 코스피 시총 111위인 LG패션은 작년 매출 1조1087억원에 영업이익 993억원이며 시가총액도 1조1000억원을 조금 넘는다. 절대규모로 보면 ‘대상’을 받기엔 좀 부족해 보인다.

이번 M&A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도 대상을 유보하는 이유다. 구조를 보면 미래에셋사모펀드(PEF)ㆍ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재무적투자자(FI)로, 휠라코리아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가하는 형식이다. PEF는 보통 5~7년가량이 투자기간이다. 연 10% 안팎의 수익은 내야 한다. 현재 7.5%가량의 영업이익률로는 다소 부족하다.

수익성 높은 골프채 부문의 코프라는 지난해 다른 곳에 매각됐다. 세계 골프용품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사고 여파로 충격을 받았다. 유럽은 또 화산이 폭발했다. 2위 캘러웨이의 추격은 거세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골프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등 신흥시장은 다른 경쟁사들도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휠라코리아가 경영 부문을 맡을 전망이지만, 최대주주는 아니다. 미래에셋도 PEF운용자일 뿐 최대주주는 아니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언젠가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주인이 바뀔 수도 있는 기업에서 직원들의 로열티는 제한적이다.

동서양의 문화차도 있다. 2009년 일본 노무라가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면서 2년간 고용을 승계했지만, 최근 이탈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역시 로열티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춘 브랜드에 대한 높은 로열티를 갖고 일해온 직원들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홍길용 증권팀 차장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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