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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증 전무...상상력에 의존한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서울시가 매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거행하고 있는 수문장 교대의식이 문헌에 따른 고증 절차 없이 대부분 상상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평일 하루 평균 5000여명, 주말 하루 평균 1만여명이 필수 관광코스로 즐겨찾는 서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수문장 교대의식의 존재 여부조차 불투명해 이에 대한 중간 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가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해를 더해가며 수문장 교대의식의 인기가 더해가자 문화재청도 지난 2002년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을 시작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서울시가 매년 이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16억~27억원. 대부분이 인건비로, 올해 70여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에는 20억5100만원이 투입된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에는 10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앞다퉈 수문장 교대의식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하자 지방의 일부 지자체들도 수문장 교대의식을 도입하는 등 이 의식은 전국적 확산일로에 있다.

그러나 이 의식의 문헌고증자료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를 위탁운영했던 한 이벤트업체 사장은 “우리나라에 수문장 교대의식에 관한 기록 자체가 전무하다”며 “결국 대부분의 절차는 ‘옛날에 이렇게 했겠지’ 하는 상상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가급적 옛 모습을 완벽히 복원하기 위해 복식과 활, 화살 등 소품 고증 절차는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수문장 교대의식 기획 단계에서도 드러난다.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지난 1996년 서울시 관광과에서 “우리도 영국의 버킹엄궁전 수문장교대의식 같은 관광상품을 만들어보자”며 처음 만들었다. 관광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서울시 관광과가 운영했지만, 2008년 이후부터는 ‘궁에 관련된 일이니 문화재청 등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업의 관할권이 서울시 문화재과로 넘어갔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덕수궁이나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국내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꼭 필요한 관광상품으로 떠올랐다”며 “그러나 증가하는 외국인 수요를 고려하면 문헌고증 등에 더 주의를 기울여 관광상품의 품격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운영 중인 수문장 교대의식을 앞으로 더욱 철저히 고증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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