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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성, 빅클럽 울리는 황금 왼발을 가진 사나이
첼시는 필사의 각오로 나올 터였다.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침묵했다. 지난 9일. 풀럼과의 리그 경기에서 박지성은 벤치를 지켰다. 퍼거슨의 복선이었다.

영국 매체들은 13일(한국시간) 첼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앞두고 맨유가 양날개에 박지성 대신 공격력이 뛰어난 루이스 나니-안토니오 발렌시아 콤비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전의 날. 퍼거슨은 언론의 호들갑을 비웃듯 박지성을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장시켰다. 그의 왼발엔 뇌관이 장착돼 있었다. 격발하자 또 하나의 빅클럽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의 동점골로 활활 타올랐던 첼시는 1분 만에 폭발한 박지성의 결승골로 한순간에 불씨가 꺼졌다.

퍼거슨의 믿음은 남달랐다. 빅매치마다 박지성을 중용한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지난 2005년 PSV아인트호벤과 AC밀란의 챔스리그 4강전. 네덜란드 클럽의 동양인 선수가 전광석화 같은 왼발 슛으로 밀란 골망에 선제골을 꽂았다. 그의 왼발이 퍼거슨의 눈에 들어왔다. 박지성은 사실상 그 골로 그 해 ‘꿈의 구단’ 맨유에 입성했다.

퍼거슨은 “성실하고 이타적인 플레이와 빼어난 전술 소화력”을 그의 강점으로 꼽는다. 챔스리그에서 박지성은 숱한 강팀들을 울렸다. 지난 2008년 4강에서는 막강한 수비력으로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의 존재감을 흡입해 버렸다. 2009년 4강 아스널전에서는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지난해 3월 16강에서는 후반 추가골로 AC밀란을 조각냈다. 초강팀에 전혀 기죽지 않는 대담함과 왼발에 적재된 킬러 본능은 기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 골에서부터 세계에 타전됐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도 통렬한 쐐기 골을 왼발에서 뿜어냈다.

박지성의 이번 첼시전 골은 2010~2011 시즌 개인 7호골이자 챔스리그 통산 4호골이며 맨유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23번째 골이다. 이날 그는 경기 내내 공수 양면을 오가며 자신의 한 골을 넘어서는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

물론 그는 팀내 입지불안과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툭 하면 다치는 ‘유리몸’에, 30대인 선수가 맨유에 남아봐야 얼마나 더 있겠느냐는 시선이다. 차세대 스쿼드를 위해 어린 선수들 탐색에 들어간 퍼거슨의 장기 발전전략도 박지성에겐 불편한 소식이었다.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멋진 골 하나로 모든 게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이날, 적어도 이렇게 짐작해볼 순 있다. 맨유의 오랜 명장 퍼거슨의 왼쪽 가슴에 ‘J.S.PARK’이 또다시 뜨겁게 각인됐으리라고.

<임희윤 기자@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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