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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드라마 출연료에도 양극화 현상인가
원로 배우 이순재 씨의 ‘쪽대본’ 관행과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쓴소리가 무겁다. 한 드라마 종영연에서 그는 “드라마에 ‘회치기 대본’이 난무, 배우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촬영 당일 대본을 받을 경우 제대로 된 배우라면 연기하기가 어려울 것은 당연하다. 언제 외우고 감정몰입에 돌입할 것인가. 결국 ‘어렵게 일하는데 돈이나 벌자’는 심리가 작용, 고액 출연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1회 출연료가 수천만원이라면 너무하지 않은가.
우리 드라마는 이제 한번 보고 끝나는 국내 단순 오락물 수준을 넘어섰다. 한류 확산의 대표 콘텐츠로 ‘겨울연가’ ‘대장금’ 등은 일본, 중국, 동남아는 물론 세계인이 함께 보는 드라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이유가 ‘드라마에서 본 한국과 서울의 모습을 찾아서’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본 뉴욕이나 파리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관련 시장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제작 현장의 고질병은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악화일로다. 노배우가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것은 이런 환경을 바꿔보자는 의도다. 문제는 방송사 간 무리한 시청률 경쟁이다. 외부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납품받는 방송사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검증된 인기 배우와 작가만 고집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출연료와 작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면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나 그 정도가 지나쳐 업계 전체가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재원이 빠듯한 제작사는 인기 스타를 캐스팅하려고 제작비의 70%를 쓰기도 한다. 한두 사람 주연급 출연료로 제작비를 다 써버리면 나머지 출연자와 스태프 몫은 거의 없다. 일부 출연자와 스태프는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출연료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나마 제때 받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판에서는 ‘작품’이 나오기 어렵고 예능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뿐이다.
드라마는 이제 영상산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드라마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 저변이 단단해야 한다. 배우와 기획자, 감독, 영상, 조명, 의상, 무대 등 모든 분야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킬 때 비로소 경쟁력 있는 작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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