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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캐디를 여왕처럼 모신 손님
아주 오래된 얘기랍니다. 그 팀은 매수회라고 매주 수요일마다 오시는 회원님으로 구성된 팀으로 2팀이었고, 각자의 캐릭터가 아주 분명해서 단체팀이라기보다는 각각의 회원님으로 기억되는 팀이었습니다. 그 중 한 회원님은 말수가 너무 적어 벙어리 손님으로 기억에는 남지만, 뭘 기억해야 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 강 모 회원님이 계셨습니다.

유독 강 모 회원님을 배정받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 회원님은 ‘캐디들을 위해 태어나신 손님’이라 해도 손색없는 그런 분이었죠. 그냥 18홀 수다만 떨고 들어와도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손님으로 인식됐습니다.

그 분이 어떤 캐디들이 나가도 문제삼지 않으셨습니다. 캐디로 배정되어도 그 분은 거의 무시한 채 다른 팀 손님들하고만 얘기하고 다녔을 정도니깐요. 그 회원님은 공도 잘 치셨기 때문에 캐디는 그냥 채만 뽑아주고는 저쪽에 있는 다른 회원님이나 다른 캐디들과 있었습니다.

그분은 한 술 더 떠서 공이 러프에 가거나 산에 올라가면 캐디들을 절대 못 오게 하고 항상 클럽을 먼저 가지고 가서 직접 찾으시고 벙커도 매번 고르셨습니다. 캐디 버릇 나쁘게 하신다며 동반자들에게 타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공만 치신 손님.

강모 회원님을 그날 제가 받았습니다. 역시나 그날도 말씀이 없었고, 저를 여왕 캐디마마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14번홀 그늘집을 나오는 그 회원님을 보면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질문을 시작했죠. “회원님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돼예?” 뜬금없이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보셨습니다. “회원님은 왜 그리 말씀이 없으세예?”라고 묻자 “내가 그리 말이 엄나(없나?)? 그렇담. 내가 얘기 하나 해주까? 들어 볼래?” “ 예” 큰 소리로 답변을 했습니다.

“니, 내 얘기 듣고 우찌 생각할랑가 모르겠다만 한참 됐다. 내가 니 선배 중에 누굴 참 좋아했는기라. 아니 뭐 그걸 사랑이라고 하는 기지.” 저는 이 회원님의 말씀이 많으신 것도 놀랐고, 저희 선배 중에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말씀에도 놀랐습니다. 제가 놀란 것처럼 보이면 말씀을 더 이상 안 하실 것 같아 표정관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카트를 끌고 갔답니다.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김영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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